[웹창작_네타] Worm 감상문
본문
이 글은 Worm의 전반적인 내용과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읽지 않으신 분은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Worm을 다 읽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묘한 불쾌감과 함께 결말이 머릿속에 남아서
이 작품과 결말에 대한 느낌을 정리해 보고자 간단한 글을 작성해 보게 되었습니다.
테일러는 선의를 품고 절망 앞에서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파멸에 가까운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작품 내내 테일러는 타인과 시스템이 서로의 상황 때문에 효과적으로 협력하지 못하는 것에 분노했습니다.
그러나 그 불만이 결국 '설득'이 아닌 '조종'으로 마무리되는 것도 아이러니한 점 이었던 것 같습니다.
비극적이라고 느껴지는 지점은, 이 독선적인 조종이 실제로 성공해 버렸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자발적인 협력과 설득보다 강압적인 통제가 종말의 위기 앞에서 더 효율적으로 작동해 버렸다는 점이, 이 결말을 더욱 지독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선의는 진짜였고, 절박함도 진짜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타인의 의지를 건너뛴 순간, 테일러의 구원마저 폭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인류를 구하기 위해 인류의 가장 고귀한 가치인 자유의지를 박탈해야만 했던 이 역설적인 성공이 묘한 불쾌감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자유 의지와 협력 같은 가치가 무력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이 이야기가 마치 저의 순진함을 꼬집는 것 같았습니다.
테일러가 시스템을 불신하고 독선에 빠진 것은 단순히 개인의 성격 탓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촉발 사건 자체부터 암즈마스터의 기만, 학교의 방조, 알렉산드리아의 강압에 이르기까지, 그녀를 둘러싼 사회는 반복해서 신뢰를 갉아 먹었다고 생각하니까요.
규칙을 지키려 할 때마다 세상은 그녀를 궁지로 몰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실패의 반복 속에서 테일러는 설득보다 통제를, 협력보다 강제를 더 확실한 생존 전략으로 학습하게 되었던 것이 아닌지 싶습니다.
테일러의 독선을 다시 되짚어보면 억지력처럼 정해져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디아나의 쪽지를 생각해보면 테일러가 세계를 구할 가능성과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있었고, 그녀를 그 방향으로 밀어 넣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이 디아나의 탓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쪽지의 첫번째 내용처럼 테일러는 언더사이더를 뒤로하고 위버가 되어 워드에 합류하며 제도권과의 협력을 시도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나도 맞이한 최후의 순간, 그녀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본소우와 파나시아를 찾아가, 자신을 케프리로 바꾸는 극단적인 길을 선택합니다.
이 간극은 오랜 시간 환경이, 그리고 세계의 종말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그녀의 영혼에 새겨놓은 깊은 흉터처럼 테일러의 직관에 남아서 극단적인 결단으로 나아간 것 같습니다.
만약 2년이 아니라 더 오랜 시간 뒤에 종말이 찾아와 이러한 사회와 시스템에 대한 깊은 불신을 씻어내면 덜 독단적이고 덜 극단적인 결말이 되지 않았을까요?
이러한 상상이 뭔가 가장 좋은 결말까지 도달할 수 있었는데 아주 미묘한 차이로 파멸로 나아간 안타까움처럼 느껴집니다.
초반에 태틀테일이 꿰뚫어 본 테일러의 진짜 소망은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고
결말은 테일러는 능력을 잃고, 격리된 평행세계에서 아버지와 재회하니 어떤 의미에서 정확히 그렇게 끝납니다.
하지만 이 평온은 스키터, 위버, 케프리로서의 모든 정체성이 파괴되고, 테일러라는 인간의 삶이 사회적으로도 망가진 후에야 허락되었습니다.
다만 그녀가 휘두룬 거대한 폭력 또한 정당화 하기 어려우니
결말이 가장 가혹한 처벌과 자비로운 구원 또한 함께하였던 귀환인 아니었나 싶습니다.
뭔가 학생 때 독후감 같은 느낌으로 작성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작성해보면서 이전보다 상당히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좋은 소설을 소개해주시고
압도적인 분량을 완결까지 번역해 주신 분들과,
완결까지 작품을 써 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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