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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잡담

[조언] 소재를 가져와도 괜찮은 방법 두 가지. (+장르의 개념에 대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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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패러디, 오마쥬...... 지칭하는 단어는 많은데, 정작 어떻게 구별해야 할지는 확실하지 않죠.



이 글을 쓰는 저도 어떤 하나의 기준을 정해놓고 그에 따라 세상에 나온 작품들을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소재를 가져와도 괜찮은 방법을 아느냐?



아이디어를 가져올 때 괜찮은 방법과 그렇지 않은 방법은 구별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설명하기는 쉽지 않으니 좀 더 넓은 범위의 이야기와 예시를 엮어서 설명해보지요.



먼저 가장 헷갈리기 쉽지만, 설명하기는 힘든 개념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바로 '장르'라는 단어입니다. 장르는 사전의 설명을 봐도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단어입니다



그러나 쓰임새를 보면, 해외와 우리나라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해외에서 장르 픽션(genre fiction)이라는 말은 상업소설 중 일부 장르적 규범을 따르는 소설들을 한 갈래로 묶은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장르라는 말은 주로 서브컬쳐계열의 작품을 말하거나 순문학과 대비되는 의미의 상업소설을 가리키는 말로 받아들여집니다.



둘은 비슷해보이지만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상업소설이라는 집합 '안에' 장르픽션이라는 집합이 있다는 뜻이고, 한국에서는 상업소설=장르소설로 받아들여질 만큼 상업소설의 집합이 크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장르적 규범'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모르거나 혹은 '장르적 규범=클리셰'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now write 장르글쓰기의 정의에 따르면 장르란 '비슷한 장르적 규범을 가지는 소설의 집합. 이 장르적 규범은 변용되고 변형되고 파생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뜻인고 하면



1. 같은 장르의 소설은 비슷한 장르적 규범을 공유한다.



예를 들어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은 몰타의 매, 필립말로시리즈가 나오면서 탄생했습니다.



이들은 무뚝뚝한 주인공, 시종일관 건조한 분위기등을 공유합니다.



이것을 클리셰라고 칭하지 않는 이유는, 클리셰는 소재나 스토리의 유사성에 주목한 표현인 반면,



장르적 규범은 그 장르에서 좋은 작품이 되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들을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클리셰의 경우 안 쓰고 좋은 작품을 쓰고 싶다면 그럴 수 있지만, 장르적 규범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장르의 소설을 쓰려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1:1로 대응시킬 수 있는 단어는 아니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장르적 규범이라는 단어가 포괄하는 범위가 더 큽니다.





2. 장르적 규범은 변용되고 변형되고 파생될 수 있다.



위와는 모순되게 들릴 수 있지만 장르적 규범은 절대적이고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아닙니다.



단, '그 장르적 규범이 왜 존재하는지 이해하고, 그것을 변용해도 이야기를 망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제대로 변용할 경우, 이 새로운 규범은 새로운 하위 장르를 만듭니다.







예를 들어 로맨스장르에는 수많은 하위 장르가 있습니다. '로맨스 서스펜스', '에로티카', 등등......



이것들은 대부분 할리퀸 출판사에서 로맨스 장르를 발굴하는 과정에 파생된 하위 장르들입니다.



로맨스 서스펜스의 경우 남녀 주인공이 함께 사건에 휘말리고, 그것을 합심해 해결하는 과정에서 애정이 발전합니다.



일반적으로 연애가 등장하는 추리소설과 어떤 차이가 있느냐? 하면, 어디까지나 로맨스의 하위장르이기 때문에 메인 플롯은 둘 사이의 밀당이라는 점입니다.



정통 추리소설팬들이 보자면 쓸모없거나 답답하다고 느낄 장면들이 있습니다. 에로티카는 보다 육체적 사랑과 관능에 집중한 소설입니다.



보다 자세히 설명하려면 굉장히 돌아가야 하니, 이 이상은 제가 설명하기보다 now write 장르글쓰기 2권을 참조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자, 제가 왜 이렇게 주절주절 장르에 대해 길게 늘어놨나면, 몇몇 독자들이 같은 장르적 규범을 가졌을 뿐인 작품이나, 심하면 클리셰를 사용한 작품에 대해 표절의혹을 제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장르 자체에 대한 경험이 적거나 장르적 규범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인데, 그래도 구별해볼만한 방법이 있습니다. 키워드는 두 개인데 하나는 '추상화'이고 하나는 '접근방식'입니다.



먼저 접근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예를 들어 '하나의 하이브마인드를 가지는 곤충형 외계생명체'라는 소재가 나오는 작품을 생각해봅시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엔더의 게임, 스타쉽 트루퍼스, 스타크래프트등이 있습니다.



그럼 이것들이 서로를 표절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이것들은 이야기에 접근하는 방식,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엔더의 게임은 주인공인 엔더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포믹은 그가 최종적으로 물리쳐야 할 적들입니다.



스타쉽 트루퍼스는 국군주의적 분위기에 대한 경계와 암시가 이야기 곳곳에 들어가 있죠.



스타크래프트는 우주적 서사시로, 저그는 서로 다른 종족들이 대립하는 한 축입니다.



보다시피 소재를 다루는 방식과 작품 내의 위치가 서로 다릅니다. 이것은 적이 주인공을 규정하고 주인공이 적을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되는 핵심적인 설정을 가져다쓰고, 그걸 같은 방식으로 다룬다면 표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게 사용한 경우, 소재는 소재일 뿐입니다. 스티븐 킹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죠.



'존 그리샴은 곤경에 처한 변호사라는 장르를 새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그걸 소재로 써보는 것은 좋다.



그러나 존 그리샴의 접근 방식을 조금이라도 가져온다면, 당신의 소설은 좋게 써도 아류작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현실적인 면을 생각해보면 워해머 4k의 타이라니드와 스타크래프트의 저그처럼 권리자간의 관계가 양호하여 서로를 카피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두 번째, '추상화'. 보다 많은 분들이 표절과 표절이 아닌 작품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는 인기를 얻은 작품이나 캐릭터에게서 특징을 추출하거나 과장한 후, 다른 작품을 만들때 사용하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람보나 코만도가 그렇고, 더 흐름이 큰 경우 하나의 장르가 탄생하기도 합니다.





루미코 여사나 아카마츠 켄 이후로 러브코미디라는 장르의 규범이 생겼고, 몰타의 매 이후로 하드보일드 탐정장르가 생겼죠.



문제는 대부분 우리나라의 경우 장르적 규범이라는 개념이 잡혀있지 않기 때문에, 규범에 해당하는 내용을 가리키며 비난하는 경우가 있거나



반대로 어떤 작품의 고유한 요소를 가져왔는데 규범이라고 옹호하는 경우가 보인다는거죠.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스페이드를 스페이드이게하는 요소, 필립말로를 필립말로이도록 하는 요소를 가져온 경우 표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능력이 기본인 세계관에서 이능력을 지우는 능력을 가진 소년과 그를 쫓아다니는 고능력자 소녀'라는 본질적인 부분을 가져오면 그건 표절입니다.



소재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인물과 인물서사를 통째로 가져온 거거든요.



그러나 '소년, 소녀를 만나다.'라는 추상적인 부분까지 희석하면 그것은 보이미츠걸이라는 일종의 클리셰 단계가 됩니다. 소재를 가져왔을 뿐인거죠.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여자아이와 금서목록의 공기양은 위에서 언급한 전개방식, 접근방식을 포함해 본질적인 부분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소재를 가져다 쓸거면 본인이 정말로 '소재만'가져온 건지 한번 생각해보면 됩니다.





1. 장르적 규범에 해당하는 것이면 괜찮습니다. 일반적으로 그 장르를 많이 접한 사람이면 장르적 규범이라는 말이 뭔지 몰라도 규범자체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추리소설의 마지막에는 반드시 범인이 밝혀지고 로맨스 소설은 보통 남녀의 첫인상이 안좋은 채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에는 맺어지죠(단권일 경우)



아주 단순하고 기초적인 규범이지만 이걸 어기면 오히려 성공하기보다 바보가 되기 더 쉽습니다.





2. 같은 소재를 쓰더라도 접근방식이 다르면 괜찮습니다.



위에 하이브 마인드를 가진 곤충형외계인의 예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다시 한번 이야기하자면 어디에 돋보기를 가져다 댈거냐 하는 이야기죠.



소재가 같은 것은 괜찮습니다.



그러나 소재가 같은 동시에 서사가 같으면 안됩니다.





즉, 자기가 가져온 것이 소재인지 서사인지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둘이 동시에 겹치면 어떻게 해도 아류작처럼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유사한 서사가 등장하더라도 연출이나 구성을 다르게해서 차이를 내는 방법도 있지만 그게 가능할 정도면 이미 이 글을 읽을 필요는 없는 분일겁니다.



또 소설보다는 영화에서 쓰기 쉬운 기법이고요.





3.본질적인 부분이 같아서는 안됩니다.



재미있게도, 독자들은 배경서사가 비슷한 경우보다 인물서사가 비슷한 경우에 더 민감합니다.



그것은 과거에 비해 배경서사의 비중이 내려갔기 때문일수도 있고, 이미 각종 양판소로 배경서사의 유사성에 대해 둔감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소설의 경우 시각화하는데 독자마다 차이가 생기는 매체라는 특성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인물서사가 잘 된 작품일수록 캐릭터를 그 캐릭터처럼 보이게 하는 요소가 강하게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닥터 슬립을 예로 들어봅시다. 주인공은 죄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미혼모에게서 돈을 훔쳤고 그녀의 아이가 삼촌에게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테이블에 널브러져 있는 코카인에 아이가 '사탕'이라고 하며 손을 뻗을 때 그걸 치우고 도망쳐 나왔죠.



그 후로 오랜 시간동안 그는 돈을 훔쳤던 것을 후회하게 됩니다. 아이가 내뱉었던 '사탕'과 '엄마'라는 단어가 떠오를 때마다 죄책감을 느끼죠.



코카인에 손을 뻗는 아이와 그걸 보고 죄책감을 가지게 된 주인공을 등장시키면, 누가 봐도 이 소설의 표절로 보일 겁니다.



그런데 '과거의 사건으로인해 죄책감을 가진 주인공'이라는 단계까지 올라가 보면 그런 주인공은 수없이 많습니다.



이것이 제가 추상화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이야기를 만들때 모티프를 가져오려면 추상적인 영역에까지 올라갔다가, 그 부분에서부터 다시 구성해가야 합니다.



인물이 자란 배경, 가치관, 과거에 겪은 사건, 그 사건이 그에게 미친 영향, 그와 주변인의 관계... 이 부분을 제대로 하면



표절로 빠지기는 힘듭니다.



좀 길고 두서없이 썼는데 설명이 부족하거나 궁금한 점 있으시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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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8

에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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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좋군요. 참고하겠습니다

진마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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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글쎄요..</div>

<div>빠한테는 조금의 유사점만 있어도 표절이라고 주장합니다.</div>

<div>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에 나오는것이야말로 최초이며 전부이어야 하죠.</div>

<div><br /></div>

<div>그냥 처음이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먼저 인기를 끌면 원작이 되고,</div>

<div>먼저 사용했더라도 인기가 없으면 그냥 묻히고,</div>

<div>나중에 사용하더라도 원작 못지 않게 인기를 얻으면 트랜드가 되버리고,<br /></div>

<div>원작보다 못얻으면 표절이 되더군요.<br /></div>

닥터회색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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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가질 수 있는 주장에는 이해는 못해도 동감은 합니다만.....

<div><br /></div>

<div>이글은 창작자들을 위한 가이드 같네요.</div>

Ipaper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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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당연히 그런 분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 아닙니다.</div>

<div><br /></div>

<div>그 분들에게 필요한 건 작법이나 장르문화의 이해가 아니라 상식인지라...</div>

<div>경험이 적어서 더 많은 작품을 겪으며 나아지는 경우도 있고 그냥 노답인채로 남는 경우도 있겠지만 <br /></div>

<div>이 글은 교화를 목적으로 쓴 게 아닙니다.<br /></div>

닥터회색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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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건 너무 다닥다닥 붙여 쓰셨어요.

<div><br /></div>

<div>그리고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강조점 넣어주세요.....</div>

<div><br /></div>

<div>너무 다닥다닥 붙어서 무슨 소린지.....잘 안보여요</div>

Ipaper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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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줄씩 띄고 빨간표시 해봤습니다.<br />

류사나레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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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권왕전생이랑 폭염의용제 생각난다...</div>

모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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