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용신의 게임을 처참하게 조져놓은지 약 1년 반만에 휘긴경이 신작을 들고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휘긴경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전작 용신의 게임은 정말...드림사이드도 후반부 별로라고 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전 나름 재밌게 읽었고, 낙인의 플레인워커도 호불호가 많이 갈렸지만 전 재밌게 봤는데, 전작 용신의 게임은 정말인지 저도 못 봐줄 수준이었다고밖에는 할 말이...

전작을 심각하게 조져놔서 솔직히 이번 신작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봤는데, 의외로 생각보다 잘 나왔습니다 이번 작품은. 이제 겨우 100화 조금 넘게 연재되긴 했지만, 현재까지 폼만 보면 드림사이드 초중반 급은 되는 느낌...

스토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어떤 초월적인 존재와 계약하게 된 주인공이 사립 불륜전문 탐정, 혹은 해결사 노릇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해결해주고, 그 대가로 그들에게서 일정 시간의 수명을 받아가며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이 일을 맡게 되는 의뢰인들은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로, 독자들에게 있어서 공감하기 쉽게 도와줍니다.

근 몇년간 워낙 사회적으로 터진 이슈들이 많은 터라 그걸 놓치지 않고 써먹는 풍자도 적당하고, 다른 것보다 그동안 봤던 휘긴경의 전작과는 다르게 이능의 영역을 철저하게 서브적인 위치에 두고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는게 마음에 듭니다. 드림사이드에서 주인공 남하진이 7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이야기를 진행시켰다면, 이번 데드맨31에서는 이러한 이능력적인 영역을 최대한 배제시키고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솔직히 초반에 초월적인 존재와 계약하는 부분 보고 '아 이거 백퍼 월야 시리즈-드림사이드 연결하는 후속작이네' 싶었는데 의외로 현재까지 연재분을 보면 월야-드림사이드의 후속작이 될 것 같은 느낌은 전혀 안 듭니다. 오히려 이러한 이능적인 영역의 경우 최대한 제외하면서 현실적인 부분으로 진행하려 들고 있는데, 뭐 중후반부 가면 어쩔 수 없이 메인 스트림이 이능, 초월적인 영역으로 넘어갈 것 같긴 하지만 현재까지는 상당히 괜찮은 페이스입니다.

어쨌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적어도 현재까지의 이 작품은 꽤나 볼만합니다. 낙인의 플레이워커-용신의 게임으로 하락세 타다가 이 정도로 선방한 작품을 들고 나온 걸 보면 역시 휘긴경은 현판물을 쓰는게 맞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물론 솔직히 말해서 이 작품도 중후반부 가면 기존 월야-드림사이드 세계관이랑 연계되면서 작품이 꼬여버릴 지도 모르다는 불안감도 있습니다만은...휘긴경 그래도 좋으니까 제발 홍유리 깨어나서 남하진이랑 꽁냥거리는 모습이라도 좀 같이 담아줘...소설 후반부 그렇게 조져놓고 웹툰판 외전에서 그렇게 애절하게 분위기를 깔아버리면 어떻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