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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물] 이번 달에 읽은 소설들 대충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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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로 밖에 나갈 수가 없어서 유명한 소설들을 사서 읽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슨 책을 읽었는지도 정리할겸 이번달에  읽은 책들에 대한 대략적인 감상을 적어놓으려합니다



1. 모옌 - 개구리



출산장려정책이 실행된 중국에서 여러 인간군상이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개구리를 읽기 이전에 같은 작가의 작품인 '열세 걸음' 을 읽어본적이 있습니다. '열세 걸음' 은 글을 쓴 방식이 정말 난해했지만, 원체 내용이 흥미로운데다 글빨이 죽여줘서 참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습니다.



개구리는 '열세 걸음'에 조금 더 직접적인 사회적 메세지와 스토리적 재미를 더하고, 문체의 난해함을 죽인 소설입니다. 꽤 문체에 힘을 죽인 편인데도 불구하고 그 설득력은 여전히 엄청나고 실험적인 면은 남아있어, 어떤 파트에서는 소설의 형식을 붕괴해버립니다. 솔직히 오에 겐자부로 상위호환입니다. 장르/순문학 통틀어서 모옌같은 작가를 본적이 없습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한게 아닌지 노벨문학상도 탔습니다. 세삼 존나 잘난양반입니다. 이 목록에서 가장 추천드립니다.





2. 편혜영 - 아오이가든



편혜영 작가의 초기 단편집입니다. 예명부터 범상치 않은데 내용은 더 범상치 않습니다. 하드고어 순문학입니다. 몇개는 조금 난해한데 재미는 확실합니다. 요즘 나온 젋은 문학상인가 이상 문학상 모음집에서 본건 좀 똥이었는데 아오이가든은 참 좋아서 무슨 일이 있었나 싶습니다. 그렇다고 아오이가든에도 아쉬운점이 없는건 아닙니다. 몇몇 단편들에서 고어가 무서운 것 보단 그냥 징그럽고 아 그렇구나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또 몇개는 내용이 좀 밋밋한것들이 있습니다. 근데 솔직히 별 흠은 안됩니다.



3. 위화 - 인생



보다 울뻔했습니다. 이야기가 좋은 드라마를 가지고 있으면 그냥 풀어만 놔도 개꿀잼이라는걸 알려줍니다. 근데 이 좋은 드라마를 가진 이야기를 노벨문학상 후보자가 풀어낸다? 말 다한겁니다.



4. 기리노 나쓰오 - 잔학기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환상이 차지하는 비중을 리얼리즘과 일본식 감성으로 채우고 여성중심으로 한 번 계란 뒤집듯이 뒤집으면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존나 다크하고 존나 자극적인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잔학기도 그렇습니다. 어릴때 납치당한 경험이 있는 여작가가 어느 날 원고 하나를 남기고 사라지는걸로 시작되며, 소설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이 남긴 원고의 내용이라는 설정 입니다.



좀 오글거릴때가 있긴 한데 재미 하나는 확실합니다. 제목에 걸맞는 잔학한 내용과 기리노 작가가 선보이는 녹다 만 모짜렐라 치즈처럼 엄청 질척거리고 꾸덕꾸덕한 심리묘사가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사실 작가의 최고작인 '그로테스크'보단 떨어집니다. 근데 솔직히 이건 그로테스크가 너무 잘쓴 소설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소설은 시간되면 한번 길게 독후감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5. 가즈오 이시구로 - 남아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이 사람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입니다. 일본은 무슨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3명이나 됩니다. 머 이 사람은 엄연히 따지면 영국인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신기하네요. 여튼 이 소설은 미국인 주인을 모시는 영국인 노집사가 여행을 떠나며 지나간 인생을 회상하는 내용입니다.



소설이 여러 구도로 해석이 가능하고, 시점에 따라 그나마 감동적이라고 볼 수도 있고 지독한 블랙 코미디라고 볼수도 있습니다. 한국인이 적었으면 좀 논란이 됐을겁니다. 스포는 안할거니까 자세한 내용은 적지 않겠습니다. 저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인터넷보면 지루했다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6. 기시 유스케 - 13번째 인격



기시 유스케 소설은 '푸른 불꽃' 과 '검은 방'에 이어 3번째입니다. 13번째 인격은 딱 저 둘 사이라봅니다. '푸른 불꽃' 보다는 나은데 '검은 방' 보단 못했어요. 푸른 불꽃은 중2중2한 갬성이 마음에 안 들었다면 13번째 인격은 뭐라 해야할까요. 그냥 그다지 임펙트가 없었네요.





7. 혼다 테쓰야 - 짐승의 성



실화바탕 소설입니다. 바탕이 된 실화가 엄청 끔찍한 사건이라 본 소설도 마찬가지로 끔찍합니다. 제 기억상 다 괜찮은데 중후반에서 좀 힘이 빠지고, 사건의 무거움을 심리가 그렇게 잘 따라가지는 못했던것 같습니다. 근데 솔직히 실화가 실화인지라 좀 어쩔 수 없나 싶습니다. 워낙 잔혹해서 발매하기 위해 잘라야 했을테고, 거기에 맞춰서 좀 힘을 빼야했을테니까요. 실화를 기반으로 했는데 노빠꾸로 각색한 그로테스크가 이상한거에요.



그래도 나름 괜찮습니다. 적어도 나쁘진 않았어요.





8. 윌리엄 포크너 - 곰



피카소 하면 그 특유의 이색적인 화풍이 먼저 생각나지만, 피카소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통속화를 그리는 데에도 통달했습니다. 윌리엄 포크너도 그런 과입니다. 포크너는 '음향과 분노' 같은 참신하지만 난해하기 짝이 없는 글로 유명하지만, 그냥 재밌는 소설도 충분히 잘씁니다. '곰' 이 그 사실을 보증하는 대표적 일례입니다. 그저 소년이 사냥에 따라가 곰을 잡는 이야기일 뿐인데 충분히 재밌고 4장을 빼면 그다지 난해하지도 않습니다. 사실 4장을 건너뛰어도 그다지 읽는데에 지장은 없지만, 이 4장이 존재하기에 작품의 해석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건너뛰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상 대충 이번달에 읽은 것들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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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5 17:02:21 (1770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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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1

호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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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글만 읽으면 뭔가 감성이 얄팍해지는 기분이 들죠.

해도너무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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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편혜경은 나중으로 가면 초기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사라지긴 하죠 

그레고르잠자는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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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가 빠진것 중에서 소년이로는 참 괜찮았습니다 그 분홍색 수상집에 있던 소설이 좀 별로라 그렇지...

공돌이88호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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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봐서 읽어봐야겠네요.

그레고르잠자는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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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하고 인생은 진짜 한번 읽어보시는거 추천합니다 순문학은 노잼에 꼰대같다는 편견하고 여타 중국 문학에 있을법한 편견들을 다 날려버립니다

닥터회색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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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모옌 선생이 대단한것.....



<div><br /></div>

<div>편혜영 작가는 통통 튀는 세계관을 버리고 타협해가는게 시간 순을 보여서 눈물이....</div>

odeng1004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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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걸 좋아하시나봐요? 소설 소개가 전부 어둡고 고어한 내용같은데요

그레고르잠자는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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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그런건 아니에요 그냥 호평 받은것들이면 다 잡아다 읽는 편인듯요

로마시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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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남아있는 나날을 읽어봤습니다.

진중문고에 있더군요.....

서브컬쳐에 빠진 만큼 일류 집사라는 소재가 문학에 나와서 재밌게 읽은 거 같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그레고르잠자는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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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소설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문체도 술술 읽히는 그거라 접근성도 좋은듯

로마시멜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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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드라마 라는 항목에 너무 끌려서

추천해주신 위화의 인생도 읽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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