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창작_네타] [미궁에서 세로 롤을~] 불만족스러운 완결. 그리고 각 장을 되돌아보며

2017.08.31 20:19
2,009
6
0
본문
약 130화에 걸친 리르돌의 모험 이야기가 드디어 끝을 맞이했습니다.
이후 번외편도 연재되고 있긴 합니다만 아무튼 본편은 끝났으니 끝났다고 봐야겠죠.
세로 롤의 완결을 다루는 이번 7장은 다른 장에 준비 기간이 눈에 띄게 길었습니다.
거의 일일연재로 연재를 해나가시던 작가님이 3달이나 준비하셨던 거니까요.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만큼, 그리고 7장 전체를 한꺼번에 올리신다는 만큼 개인적으로 꽤나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리 실망스럽다고 할 부분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3달만에 올라온 7장은......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이 작품의 특징이자 장점은 황당무계하면서도 보다 보면 어느새 불타오르는 열혈과 인간찬가, 요컨대 그렌라간스러운 느낌의 작품입니다.
작가 분도 작품 모티브 중 하나가 그렌라간이라고 공언하셨고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리르돌이 하는 대사나 기술에서 그렌라간 느낌이 많이 묻어 나왔습니다만, 그런데도 그렌라간 그 자체를 빼다 박아온 인상은 없었습니다.
재료는 같은 재료이되 그걸로 다른 음식을 만드는 어레인지나 오마쥬 같은 분위기였고, 그래서 별 생각없이 넘어갈 수 있었죠.
그런데 이번 7장은 도무지 아니었습니다.
전개가 하나부터 끝까지 안티 스파이럴 전을 연상시키더군요.
주인공들을 압도적인 우주적 존재인 흑막, 꿈의 세계를 보여주며 주인공 일행을 가두기, 죽었던 소중한 사람에 의해 꿈의 세계에서 탈출하는 주인공, 이런 걸로 자신을 막을 수 없다며 갑작스레 굉장히 강해진 힘으로 쓰러뜨리는 결말까지.
봐도 봐도 그렌라간이 떠오르는 전개에 클리셰 덩어리라 전혀 좋게 보이진 않았습니다.
물론 클리세 덩어리라고 해도 잘 쓰이면 재밌는 법이죠.
하지만, 각 장 전체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통틀어 봐도 이번 장이 가장 실망스러웠습니다.
1장 - 모든 이야기의 시작인 리르돌과 코로의 각성
「약한데도 강하게 있으려는 모습에 저는 동경했어요! 비록 장식이었다고 해도 저는 거기에 빛나는 빛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절대로, 절대로입니다! 마음이 마법으로 변하는 것이라면 제 불꽃은 동경입니다! 리르돌 님을 동경하는 마음이 제 마법이에요!」
「저를 누구라고 알고 계신 건가요! 저는, 리르돌! 요염한 머리카락은 여자의 생명, 드릴 롤은 아름다움의 결정체. 긍지 가득한 이 머리는 모든 것을 관철한다! 세상에 요동치는 마을을 묶어 감아, 겹치고 돌려 휘감아! 하늘까지 닿아서! 언젠가 세상을 지탱해보인다!! 그것이 저, 세계에 빛나는 리르돌이에요!!」
잔혹한 현실을 고하는 히이코와 키간에 맞서 동경을 불태우는 코로.
그런 코로가 동경하는 대로의 자신이 되기 위해 가식을 집어던진 리르돌.
지금도 그렇지만 이 작품을 좋아하게 된 장면 중 하나이고, 언제봐도 불타오르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2장 - 히이코와의 합류
「왜 레이피어의 특훈을 하고 있는 검까?」
「저, 코로에게 말해버린 거에요. 『제 레이피어는, 어떠한 거대한 마물도 꿰뚫는 답니다』라고. 그러니까, 저는 그것이 세계를 멸망시키는 마물이 상대라고 해도, 이 레이피어로 꿰뚫을 수 있게 되지 않으면 안되는 거에요」
전체적으로 그리 큰 사건은 없었지만, 1장에서 갈등하던 히이코와 합류하던 장이었죠.
개인적으로는 저 대화 하나만으로도 가치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으로 3인 파티를 해나가는 연결점이기도 하고요.
3장 - VS 카니엘
「이 미궁에 도전하는 자들이여. 경험치는 충분히 모았는가? 레벨은 만전인가? 몸과 마음 모두 갖추어져 있다면, 자아, 자아, 덤벼오도록 해라! 나는 시련. 이 몸이야말로 인류의 시련! 그런 내가, 지금부터 미궁을 역행한다! 멈추고 싶다면 쓰러뜨려 보아라. 이 몸은 인류의 선발자가 넘어야 할 가장 어려운 관문이니라!」
「인간의 적이 인간이라는 것 따위 가소롭기 그지없다, 우습기 그지없도다! 인간의 적은 짐승이니라. 인간의 시련은 괴물이니라! 인간이 쓰러뜨려 영웅이 되는 적은 이 몸과 같은 거대한 괴수이니라!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정해져 결정되어 있는 것. 자아! 자아자아! 투쟁을 시작해보지 않겠나!」
원작. 세계수. 레벨 제한이 걸린 50계층. 마물의 역주행.
온갖 흥미로운 떡밥이 풀리는 동시에, 3장의 보스였던 카니엘은 굉장히 매력적인 보스였습니다.
리제로의 페텔기우스마냥 인상도 강렬할 뿐더러 지금까지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강함을 지닌 주제에 신념도 있고 자가성장까지 했으니까요.
그로인해 리르돌 일행도 처음으로 패퇴도 하고, 서로 갈등도 하고, 다시 성장도 하며 결국 쓰러뜨리기까지.
어떻게 보면 이것도 클리셰 덩어리의 왕도 전개이긴 한데 그런데도 확실하게 재밌었습니다.
4장 - 클랜전
「나를 쓰러뜨리고 나아가려한다면, 나아가라고! 모르는 사이에 약자를 짓밟는 네놈들 따위 언젠가 무너져 버려라! 그래. 100층에서 죽은 그 토하처럼! 약함을 모르는 너희들 천재따위, 모조리 미궁에 삼켜져버리면 되는 거야! 하하하, 핫하하하하!!」
「약함이라면 알고 있어요」
「……뭐라고?」
「무너질 뻔 했던 때도 있어요. 자신의 추악함에 몸과 마음이 부서졌다고 생각했었던 때도 있어요. 저보다 훨씬 뛰어난 재능을 보고, 두 말할 필요없는 영웅의 등을 보고서 자기자신이 비참해졌던 때도 확실히 있었어요. 그런데도, 저는 일어섰던 거에요」
「왜, 그게 타고난 재능이라는 걸 깨닫지 못해. 거기서 일어설 수 있는 힘이야말로, 너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걸 알아라! 자신이 얻은 걸, 없는 인간에게 과시해 우월감에 잠기고 싶은 거냐? 하늘에서 내려받은 재능을 두르고 나에게 보여주지 마!」
「제 힘은 재능이 아니에요. 언젠가의 저는, 하늘에서 무언가 받을 법한 제가 아니에요. 저는, 당신과 닮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죠. 자신의 약함을 다른 이에게 깔봐지는 건, 자신의 존재가 시야에도 들어가지 않는 건 참을 수 없는 고통인 걸요」
「그런데도 저는 세계에 빛나는 리르돌이에요. 약해진 저를 히이코가 때려부수고, 코로가 빛을 보여주었기에 일어선 거에요. 제 강함이 주어진 것이라면, 그건 동료에게로부터 받은 강함이라구요!」
갑작스러운 코로의 탈퇴와 그로 인한 충격으로 인해 초반부는 굉장히 루즈한 분위기의 4장이었지만, 그만큼 후반부의 열혈은 굉장했습니다.
특히 코로의 몸을 빌려 나온 원작 주인공과의 결전은 아주 인상 깊었죠.
시간도 불태우고, 공간도 불태우고, 차원도 불태운다는 소리엔 무슨 괴물왕녀가 떠오르더군요.
한편 4장의 빌런인 호넷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리르돌을 포함한 주인공 일행이 너무나 눈부시다 보니 위의 대사처럼 열등감이 폭발하는 것도 충분히 공감이 갔고요.
5장 - 크룩 루퍼
「저를, 저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응하세요, 라이라 토하!」
「……하아. 바보 같아. 상처, 얕지 않으니까, 동료랑 함께 보고 있으라고」
「어째서! 어째서 당신은 그런 건가요……! 어째서……! 이쪽을 보세요! 라이라 토하!!!」
최초로 5장에 이르러서야 겨우 다시 만난 리르돌과 라이라.
충분히 성장했다고 생각했음에도 시선조차 주지 않는 무시에 통곡하는 리르돌.
이것도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만
「이 30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영웅들이 있어 왔다고 생각해? 굉장한 녀석들이 잔뜩 있었다구.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훌륭한 전사였다. 내가 보증하지. 그 녀석들은 대단했어. 모두 그 세대, 그 나라, 그 시대를 대표하는 걸물이었다. 그야 그렇겠지. 77층의 괴인으로 존재하는 나에게 도전한다는 건 그만한 녀석들이라는 거니까 말이야. 그런데도, 그런데도오!」
「나를 이긴 영웅은 이아손 단 한 명이다」
「우습게 보는 일 따윈 없다구. 너희들은 굉장한 녀석들이다. 그런 건 알고 있고 말고. 그래도 말이지---녀석은 훨씬 더 대단했다고!!!」
「와라. 이아손이 얼마나 굉장한 녀석이었는지, 이 내가 그 몸에 새겨주마!」
실질적인 5장 보스로 등장하는 루퍼의 임팩트가 정말 장난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영웅이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 버린다.
그러니까 영원히 잊히지 않도록, 영원히 구전되도록 악을 행하자.
자신을 이긴 친구의 대단함이 영원히 알려지도록!
대략 이런 논리로 오로지 친구를 위해 300년 동안 악행을 저질러 온 집념을 보여주는데, 단언코 이 작품 최고의 빌런이었습니다.
카니엘도 충분히 좋았지만 루퍼를 보고 나니 비교가 안되더군요.
6장 - 라이라 토하
「안심하세요. 세계의 그 누가 뭐라고 하던, 저는 라일라 씨의 친구에요」
「고마워. 너는 최고의 친구였어. 정말 민폐를 끼치지만, 클랜의 모두를 잘 부탁해」
아마 이 작품을 보다 보면 누구나 고대했을 라이라와의 결착.
생각보단 원만하게 관계가 풀렸지만 개인적으론 다른 장들처럼 만족스러웠던 장이었습니다.
최종 보스가 루퍼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때에 예상을 넘어 라이라가 선수를 치고 100층의 문지기가 되었을 때, 라이라가 "나는 그 괴물과 다르다"고 했던 말도 인상에 남네요.
진짜배기 미치광이이자 괴물인 루퍼와는 달리 결국 한 소녀이자 인간인 라이라는 아무리 복수심을 갈고 닦아도 결국, 기억과 함께 시간이 지나며 점점 사라져버린다. 그러니까 그 괴물과는 다르다.
이런 식으로, 보통 저런 말이 나오면 "나는 그보다 더 뛰어나다" 이런 식의 어프로치가 많은데 이건 알고 보니 정반대였으니까요.
아마 의도적으로 착각시키려던 대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아직도 듭니다.
아무튼 서로 화해하고 훈훈....하게 끝나려다가 라이라를 치고 나오는 게 이 작품의 최종보스가 되십니다만.
앞서 말했듯 아무리 봐도 그렌라간이 떠오르는 전개에 분량도 이전의 반토막 난 듯해서 굉장히 별로였습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건 많은데 이런식으로 훅하고 끝나버리니 불완전 연소된 느낌이 아직도 사라지질 않네요.
그래도 이번에 새롭게 출판도 하고, 출판본에서는 설정의 보완과 내용 추가가 많다고 하니 이런 완결도 수정될 거라 기대해봅니다.
국내에도 언젠가 정발되었으면 좋겠네요.
- 15.42Kbytes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
Gadious
- 회원등급 : 정회원 / Level 23
포인트 100
경험치 28,801
[레벨 24] - 진행률
51%
가입일 :
2011-08-16 15:51:00 (5092일째)
미입력
-
해외팬픽 1관(ㄱ~ㄷ) - 개성 『RTA』가 너무나도 무자비한 히어로 아카데미아 - 개성 『RTA』2025-01-23
-
해외팬픽 1관(ㄱ~ㄷ) - 개성 『RTA』가 너무나도 무자비한 히어로 아카데미아 - 승부수2025-01-21
-
해외팬픽 1관(ㄱ~ㄷ) - 개성 『RTA』가 너무나도 무자비한 히어로 아카데미아 - 13화 "데드 엔드"2025-01-19
-
해외팬픽 1관(ㄱ~ㄷ) - 개성 『RTA』가 너무나도 무자비한 히어로 아카데미아 - 임간 합숙 22025-01-14
-
해외팬픽 1관(ㄱ~ㄷ) - 개성 『RTA』가 너무나도 무자비한 히어로 아카데미아 - 임간 합숙 (1/2) 32025-01-05
-
해외팬픽 1관(ㄱ~ㄷ) - 개성 『RTA』가 너무나도 무자비한 히어로 아카데미아 - 임간 합숙 (1/2) 22024-12-25
-
해외팬픽 1관(ㄱ~ㄷ) - 개성 『RTA』가 너무나도 무자비한 히어로 아카데미아 - 임간 합숙 (1/2) 12024-12-24
-
해외팬픽 1관(ㄱ~ㄷ) - 개성 『RTA』가 너무나도 무자비한 히어로 아카데미아 - 조사 (2/2)2024-12-19
댓글목록 6
RAmen님의 댓글
Gadious님의 댓글의 댓글
<div><br /></div>
<div>거기에 <span style="font-size: 9pt">초~중반까지는 굉장히 좋았는데 후반부가서 급전개로 끝나는 게 </span><span style="font-size: 9pt">작가님 전작에도 같은 단점이 있었고요. </span></div>
레포링님의 댓글
<div>시작도 힘들지만 끝은 더힘드니 누구나 만족할 작품은 힘들죠</div>
Restar님의 댓글
<div>그렇지만 마지막결전은 좀 많이 슈르했었습니다. 천원돌파 그렌라간 스케일의 세로롤이라니.. (....)</div>
<div><br /></div>
제갈님의 댓글
MF2X2699님의 댓글
<div>일단 지금까지의 장들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작가님이 얼마나 끓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기대가 너무나도 드네요.<br />
<div><span style="font-size: 9pt">살짝 안타까운 결말은 라노벨판에서 수정할거라고 믿고 있고, 정발되기를 기대하는 중이에요.</span></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