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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국내작품] [카카오] 주인공의 꽃길에 올라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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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향과 남성향은 비슷한 코드를 공유하면서도 결정적인 데서 서로 결이 맞지 않는 부분이 종종 보이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오픈된 인터넷에서도 서브컬처 장르는 은근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각 장르들에서 이미 유행이 끝나고 클리셰가 된 뒤에야 메인스트림에 나와서 그제야 대세가 되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게 다 웹소설 판이 독점적 경쟁시장이어서......는 넘어가고.

이 소통불능을 오히려 재미있게 써먹는 작품들이 있죠. 여성향 세계관에 들어간 남주, 반대로 남성향 세계관에 들어간 여주.......상대 장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으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예컨대 무협로판은 거의 항상 망합니다.(단언) 동양풍 판타지와 무협을 구분하지 못한 데서 생기는 참사죠. 동양풍 로판 정도로 생각하고 무협 세계관을 가볍게 잡았다가.....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 '주인공의 꽃길에 올라타는 방법'은 그런 면에서 훌륭한 장르 소화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아카데미 게임 빙의물'인 남성향 원작에 여주가 재차 빙의한다는 구조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받을 수 있죠. 남성향 판에는 빙의물이 익숙해지자 '빙의물에 빙의하는' 소설이 꽤 나왔었죠.....
페이크 주인공 혹은 원작 주인공과, 속은 원작을 빠삭하게 아는 오덕이지만 외형은 날카로운 미남인 빙의주(심지어 '빙의 전 망나니'라는 국밥 설정)....맙소사, 여기서 BL이 아니라 역하렘을 뽑아내다니 바다의 리하쿠도 꿰뚫어볼 수 없는 전개......!
무엇보다 여주의 조형이 좋아요. 저는 이 부분이 남성향보다 여성향이 더 나은 점이라고 보는데, 남성향 남주들은 그다지 매력을 잘 갖추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여성향 여주들은 너무 전형적인 타입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지만, 그건 그 스타일에 매력을 부여하는 작가의 역량 문제란 말이죠. 처음부터 카테고라이즈해서 주인공부터 확실하게 매력을 정립한 다음에야 인간관계의 형성과 스토리 진행 도중의 각 캐릭터 반응 및 변주가 제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양산형 아카데미 하렘물에 빙의한 여주는 빙의주의 인물 성향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히든피스 획득을 통한 급속성장 버스를 타기로 합니다. 빙의주의 여러 히로인 중 하나가 되어 단물을 잘 빨다가 페이드아웃(...)한다는 거죠. 서브히로인의 공기화 세태를 잘 꿰뚫고 있는 전략이라 하겠습니다.
하렘이면 당연히 히로인 별 특색을 살리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바, 여주가 선택한 것은.........'햇살캐'입니다. 이건 남성향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로 아는데, 여성향 소설인 만큼 독자들이(그리고 여주 자신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여주는 '원작게임 고인물이고 현란한 화술을 자랑하는 트릭스터형 남주'를 상대하기 위해 인싸 햇살캐....남성향 용어로 바꾸면 '순수 천연캐 학교의 아이돌'을 연기하는 겁니다.
실제로는 다소 하라구로 끼가 있는 가식적이고 계산적이지만 밉지 않은 캐릭터. 솔직히 이건 남성향에서 써도 먹히는 히로인이다.......

저는 이 여주를 보며 예전에 문넷에 번역된 적 있는 제로마 2차창작 팬픽 중 '케티 드 라 롯타도 기억해주세요'라든지, 라노베 내청춘에 나오는 잇시키 이로하 등을 떠올렸습니다. 어느 쪽이든 꽤 호평을 받은 사례로 기억합니다.
물론 어설픈 무협 로판처럼 세계관 설정 대충 따라한 거면 가차없이 내던지겠지만, 아무리 봐도 작가분의 남성향 소화력이 뛰어납니다. 몇몇 소설에서 나온 '독자 반응을 알 수 있는 능력'까지 있는데, 음.......남성향 독자들도 파악 완료구나...........정실 논쟁이라니.........
양산형 남성향 웹소설을 여주 관점에서 '제대로' 본다는 점에서 제법 신선한 체험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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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1 11:59:16 (5927일째)
팀 통조림 게으름뱅이 편집자 아스펠입니다

댓글목록 7

샤리리님의 댓글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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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죄송합니다. 추가했습니다.

이에나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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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화 정도 봤습니다만 아쉬운 점이 꽤 보이네요.

여주의 목표는 초반에는 히로인 취급받다가 점점 페이드아웃해서 안 나오는 캐릭터가 되겠다는 것이지만,

가지고 있는 클래스가 대기만성형인데다가 여주의 치트 파워로 빨리 성장하기까지 하는 캐릭터가 과연 후반에 페이드아웃 할 수 있을지는 둘째치고,



여주가 너무 수동적입니다.

일단 여주가 하는 모든 일이 작중 주인공과 얽혀있어요. 주인공과 상관 없이 진행하는 일이 읽은 지점까지는 거의 안 보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작중 주인공과 얽혔을 때 여주가 하는 일은 전부 그 주인공 도와주고, 주인공이 시키는 것을 하는 정도입니다.

여주가 잡은 컨셉이 햇살녀 히로인으로 사실상 작중 주인공에 대한 무한 긍정, 예스녀이다보니 그 컨셉을 벗어나서 무엇인가를 자주적으로 하는 모습이 거의 안 보여요.

그나마 분배금 받은 것으로 무기 사라고 하니까 거절하고 고아원에 기부한 정도가 여주가 자주적으로 한 일이었습니다.

그 주인공을 돕고, 주인공이 하라는 대로 하는 일들도 소소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불합리하거나 여주에게 불리한 일을 시켜도 그냥 다 받아들여주고.

그저 여주의 속마음으로만 욕하고 끝. 보는 입장에서는 개연성은 있지만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더 읽다 보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읽은 부분에서는 보는 사람이 좀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오징어징어님의 댓글

본아베띠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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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은 많이 본 형식인뎅 쥔공 묘사가 좋은가 부넹

titap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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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정말 맛깔나게 쓰시네...바로 보러갑니다

흔한이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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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재미있게 보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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