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작품] [카카오] 주인공의 꽃길에 올라타는 방법
-
94회 연결
본문
여성향과 남성향은 비슷한 코드를 공유하면서도 결정적인 데서 서로 결이 맞지 않는 부분이 종종 보이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오픈된 인터넷에서도 서브컬처 장르는 은근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각 장르들에서 이미 유행이 끝나고 클리셰가 된 뒤에야 메인스트림에 나와서 그제야 대세가 되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게 다 웹소설 판이 독점적 경쟁시장이어서......는 넘어가고.
이 소통불능을 오히려 재미있게 써먹는 작품들이 있죠. 여성향 세계관에 들어간 남주, 반대로 남성향 세계관에 들어간 여주.......상대 장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으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예컨대 무협로판은 거의 항상 망합니다.(단언) 동양풍 판타지와 무협을 구분하지 못한 데서 생기는 참사죠. 동양풍 로판 정도로 생각하고 무협 세계관을 가볍게 잡았다가.....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 '주인공의 꽃길에 올라타는 방법'은 그런 면에서 훌륭한 장르 소화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아카데미 게임 빙의물'인 남성향 원작에 여주가 재차 빙의한다는 구조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받을 수 있죠. 남성향 판에는 빙의물이 익숙해지자 '빙의물에 빙의하는' 소설이 꽤 나왔었죠.....
페이크 주인공 혹은 원작 주인공과, 속은 원작을 빠삭하게 아는 오덕이지만 외형은 날카로운 미남인 빙의주(심지어 '빙의 전 망나니'라는 국밥 설정)....맙소사, 여기서 BL이 아니라 역하렘을 뽑아내다니 바다의 리하쿠도 꿰뚫어볼 수 없는 전개......!
무엇보다 여주의 조형이 좋아요. 저는 이 부분이 남성향보다 여성향이 더 나은 점이라고 보는데, 남성향 남주들은 그다지 매력을 잘 갖추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여성향 여주들은 너무 전형적인 타입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지만, 그건 그 스타일에 매력을 부여하는 작가의 역량 문제란 말이죠. 처음부터 카테고라이즈해서 주인공부터 확실하게 매력을 정립한 다음에야 인간관계의 형성과 스토리 진행 도중의 각 캐릭터 반응 및 변주가 제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양산형 아카데미 하렘물에 빙의한 여주는 빙의주의 인물 성향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히든피스 획득을 통한 급속성장 버스를 타기로 합니다. 빙의주의 여러 히로인 중 하나가 되어 단물을 잘 빨다가 페이드아웃(...)한다는 거죠. 서브히로인의 공기화 세태를 잘 꿰뚫고 있는 전략이라 하겠습니다.
하렘이면 당연히 히로인 별 특색을 살리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바, 여주가 선택한 것은.........'햇살캐'입니다. 이건 남성향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로 아는데, 여성향 소설인 만큼 독자들이(그리고 여주 자신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여주는 '원작게임 고인물이고 현란한 화술을 자랑하는 트릭스터형 남주'를 상대하기 위해 인싸 햇살캐....남성향 용어로 바꾸면 '순수 천연캐 학교의 아이돌'을 연기하는 겁니다.
실제로는 다소 하라구로 끼가 있는 가식적이고 계산적이지만 밉지 않은 캐릭터. 솔직히 이건 남성향에서 써도 먹히는 히로인이다.......
저는 이 여주를 보며 예전에 문넷에 번역된 적 있는 제로마 2차창작 팬픽 중 '케티 드 라 롯타도 기억해주세요'라든지, 라노베 내청춘에 나오는 잇시키 이로하 등을 떠올렸습니다. 어느 쪽이든 꽤 호평을 받은 사례로 기억합니다.
물론 어설픈 무협 로판처럼 세계관 설정 대충 따라한 거면 가차없이 내던지겠지만, 아무리 봐도 작가분의 남성향 소화력이 뛰어납니다. 몇몇 소설에서 나온 '독자 반응을 알 수 있는 능력'까지 있는데, 음.......남성향 독자들도 파악 완료구나...........정실 논쟁이라니.........
양산형 남성향 웹소설을 여주 관점에서 '제대로' 본다는 점에서 제법 신선한 체험이지 않을까 합니다.
- 4.36Kbytes
-
자유게시판 - 자게에 다른 게시판 글 올리는 거 많죠2024-04-29
-
자유창작1관 - [실마릴리온] 엘프 장로 (65)2024-04-25
-
자유창작1관 - [실마릴리온] 엘프 장로 (64)2024-04-22
-
자유창작1관 - [실마릴리온] 엘프 장로 (63)2024-04-21
-
자유창작1관 - [실마릴리온] 엘프 장로 (62)2024-04-20
-
자유창작1관 - [실마릴리온] 엘프 장로 (61)2024-04-18
-
감상게시판 - [여행] 장안, 화산, 술2024-04-12
-
자유창작1관 - [한백무림서 if] 신풍뇌협 -642024-04-04
-
자유게시판 - 진압군이 도청을 지켜??? 역할이 반대인 거 아닌가요?2024-05-02
-
해외팬픽 3관(ㅋ~ㅎ/A~Z) - .....와......이건.......와.....2024-05-01
-
해외팬픽 3관(ㅋ~ㅎ/A~Z) - ........와, 맙소사.2024-04-30
-
자유게시판 - 응, 그 말 전에도 들었지만 다시 똑같은 대답을 돌려드릴게요. 때와 장소와 맥락에 따라 좋은 글과 나쁜 글이 달라지는 법입니다.조선시대 만들어진 용비어천가는 훌륭한 문학작품이지만 현대에 그런 글이 나오면 세습독재 찬양에 불과합니다. 좋은 글 써서 좋은 관심을 받고 싶다면 무엇이 좋은 글인지부터 생각해 봅시다. 님이 쓰기만 하면 다 좋은 글이 되는 거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 쓴 글'이면 좋은 글이라 여기고 '나쁜 사람이 쓴 글'이면 나쁜 글이라 여깁니다. 그리고 보통 나쁜 일을 한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2024-04-30
-
자유게시판 - 저는 '어린데'가 아니라 '어려서'라고 생각합니다만. 자의식이 비대함에도 이를 자각하지 못하며 타인이 자신의 자의식을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상당히 천진난만하게 품고 있다고 봅니다.2024-04-29
-
자유게시판 - 후손들: 어케했음???? 동시대인: 어케했음???? 본인: 어케했음????2024-04-29
-
자유게시판 - 어........야구몽둥이 같은 둔기만큼 예리하면 그거 예리한 겁니까.......?2024-04-29
-
자유게시판 - 거봐요. 다른 사람들이 그걸 모를 리가 없어요. 다 아는데도 인정하지 않는 건 불신만 살 뿐이죠.또, 그 '가야 할 것 같아서'의 이유가 '다른 게시판에선 관심 못 받잖아'가 대부분인 것도 인정하셔야죠. 그게 아니면 스스로도 '다른 게시판에 가야할 글'이라면서도 '자유게시판에 가야 할 거 같아서'라는 모순된 말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 이유는 고려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 이유를 배제하고 내린 판단이라면, 틀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다음부터는 그런 잘못을 다시 하지 않게 되거든요. 하지만 님은 '관심을 받아야 한다…2024-04-29
제목 | 글쓴이 | 날짜 | 뷰 | 추천 | ||
---|---|---|---|---|---|---|
마법사는힘법 1,593 6 2023.05.22 | ||||||
낮잠선생 2,012 3 2023.05.19 | ||||||
마법사는힘법 2,683 3 2023.05.17 | ||||||
제로이아 1,623 3 2023.05.14 | ||||||
이에나군 2,175 3 2023.05.12 | ||||||
망상공방 2,445 1 2023.05.06 | ||||||
아스펠 1,673 2 2023.05.04 | ||||||
청월류향 1,974 4 2023.04.30 | ||||||
망상공방 2,156 1 2023.04.27 | ||||||
풍왕결계 2,301 2 2023.04.20 | ||||||
얼티밋 1,903 2 2023.04.19 | ||||||
물리학도2012 1,247 3 2023.04.15 | ||||||
암흑요정 874 0 2023.04.13 | ||||||
암흑요정 1,332 0 2023.04.09 | ||||||
니트되고싶다 1,934 2 2023.04.09 |
댓글목록 7
샤리리님의 댓글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이에나군님의 댓글
여주의 목표는 초반에는 히로인 취급받다가 점점 페이드아웃해서 안 나오는 캐릭터가 되겠다는 것이지만,
가지고 있는 클래스가 대기만성형인데다가 여주의 치트 파워로 빨리 성장하기까지 하는 캐릭터가 과연 후반에 페이드아웃 할 수 있을지는 둘째치고,
여주가 너무 수동적입니다.
일단 여주가 하는 모든 일이 작중 주인공과 얽혀있어요. 주인공과 상관 없이 진행하는 일이 읽은 지점까지는 거의 안 보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작중 주인공과 얽혔을 때 여주가 하는 일은 전부 그 주인공 도와주고, 주인공이 시키는 것을 하는 정도입니다.
여주가 잡은 컨셉이 햇살녀 히로인으로 사실상 작중 주인공에 대한 무한 긍정, 예스녀이다보니 그 컨셉을 벗어나서 무엇인가를 자주적으로 하는 모습이 거의 안 보여요.
그나마 분배금 받은 것으로 무기 사라고 하니까 거절하고 고아원에 기부한 정도가 여주가 자주적으로 한 일이었습니다.
그 주인공을 돕고, 주인공이 하라는 대로 하는 일들도 소소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불합리하거나 여주에게 불리한 일을 시켜도 그냥 다 받아들여주고.
그저 여주의 속마음으로만 욕하고 끝. 보는 입장에서는 개연성은 있지만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더 읽다 보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읽은 부분에서는 보는 사람이 좀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오징어징어님의 댓글
본아베띠님의 댓글
titap님의 댓글
흔한이별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