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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물] [바바리안] 크라스갈드, 정말 재밌게 읽은 판타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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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현(크라스갈드) 작가가 쓴 소설을 처음 읽은 게 '낙향무사'였습니다.

그 때까지는 그냥 저냥 평범한 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천년무제' 때 독특함을 느꼈고, '바바리안'에 이르니 독특함이 정점을 찍었네요.

완벽한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장르소설에서 보기 힘든 후반부, 엔딩이었습니다.



장점 1. 용의 꼬리

많은 장르소설은 용두사미입니다.

작가가 초반부에 힘을 줬다가 뒤로 갈수록 수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근데 '바바리안'은 사두용미입니다.

후반부에 들어서 인물 간 관계, 주인공의 심경 변화, 세계관의 비밀들이 풀려 나면서

거의 다른 소설처럼 탈바꿈하거든요.

완결까지의 노도의 질주가 흥미로웠습니다.



장점 2. 전투씬

잘 쓴 전투씬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정교하고 섬세한 경우입니다. 우로부치 겐이나 홍정훈이 여기에 속합니다.

다른 하나는 독창적인 경우입니다. 쥬논이나 스트래글러가 여기에 속하죠.

바바리안의 전투씬은 딱히 정교하거나 독창적이진 않습니다.

근데, 규정하기 어려운 필력 같은 게 느껴집니다.

술술 쓴 것 같은데 술술 익히고, 묘하게 긴장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장르소설의 전투씬은 '주인공의 힘에 대한 쇼케이스'에 가까운데

바바리안을 읽다 보면 정말로 주인공이 질수도 있겠다, 하면서 매번 긴장을 일으킵니다.

이런 걸 '필력'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장점 3. 독특한 세계관

세계관이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대개 레이드물에서 게임 시스템과 몬스터의 침공은 그 자체가 하나의 물리법칙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만유인력이나 상대성이론이 자명한 것처럼, 

왜 게임 시스템이 도입되었고 왜 몬스터가 침공하는지 작가가 설명하지 않는 겁니다.

근데 바바리안은 납득 가능한 영역에서 이러한 요소를 설명했습니다.

그게 마지막 부분이라 조금 아쉽지만 말이죠.



장점 4. 깔끔한 서사

굉장히 복잡하고 조밀하고 지저분한 서사는 아니지만

깔끔하면서 복선이 깔려 있고, 그냥 전반적인 스토리가 평범하게 잘 썼습니다.

'평범하게 잘 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많은 분들이 아실 거라 믿습니다.





근데 이 소설이 큰 인기를 얻지 못한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위에 말한 모든 장점이, 후반부에 집중되어 있다는 겁니다.



뱀의 머리 1. 인물

이게 가장 심각한 문제 같습니다.

예컨대, 작가 전작인 '낙향무사'는 주인공이 점점 약해진다, 는 장르소설 초유의 전개를 보여줬죠.

근데 제가 생각하기론 크갈 소설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높고 성공했다고 보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하면 일단 '청금'이란 히로인이 상당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라 봅니다.

초반부 사이다 전개, 중반부 고구마 전개가 이어지는데 

초반부 사이다 전개로 독자를 끌어들이고 중반부 고구마 전개에 히로인이 그걸 붙잡고 있는 구조인 거죠.



바바리안은 어떤가?

일단 독자들이 메인 히로인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게 '서연희'란 캐릭터입니다.

근데 얘가... 매력 없어요.

정확히 말하면 초반부에 매력이 없습니다.

후반부 전개에 들어가야 다면적인 성격이 드러나면서 매력이 조금 생기는데

그렇다 해도 그건 '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이지 '히로인'으로서의 매력과는 조금 다릅니다.

되려 예카테리나가 매력적인데, 읽다 보면 또...



장르소설은 기본적으로 남성향 대리만족 소설이고, 

사실 히로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그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겁니다.

전작부터(청금을 제외하면) 남주가 아닌 본인과 이상을 중심으로 삼는, 

소위 '디모나형 히로인'이 많이 등장했는데

예카테리나, 서연희, 라이자 등, 바바리안은 사실상 그 정점을 찍었더군요.

물론 찌끄러기 히로인(?)들은 그런 측면이 있지만

후기에 작가가 밝혔듯 얘네들은 사실상 인물이라기보단 객체이며 트로피에 가깝다 보니

매력이 없는 건 마찬가지고 말이죠.



뱀의 머리 2. 주인공과 카타르시스

바바리안은 여러 면에서 '천년무제'와 유사합니다.

'천년무제'의 송인은 춘추전국시대란 '야만'의 시대에서 명나라라는 '문명'의 시대에 던져진 초인이라면

'바바리안'의 메이슨은 27세기란 '문명'의 시대에서 21세기라는 '야만'의 시대에 던져진 초인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송인은 문명화하고, 바바리안은 야만화(현대화)합니다.



근데 장르소설은 사실 되게 야만적인 소설입니다.

강력한 주인공이 폭력으로 다른 남성을 굴복시키고, 전근대적인 삼처사첩을 거느리는.

(대개) 남성인 독자가 갖는 가장 원초적인 니즈를 충족하는 게 장르소설의 주류거든요.

그래서 거리낌 없이 다른 남자를 쳐죽이고 여자를 취하는 '야만적인' 송인은 

장르소설의 주류에 속하는 인물상이고, 독자는 거기에 이입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죠.

게다가 최종적으로 송인이 문명화되면서 독자가 품고 있던 도덕적 딜레마 또한 해소되죠.



근데 서로를 존중하고 인간의 선의를 믿고 타인에게 이용 당하는 '문명적인' 메이슨은

사실 장르소설의 주류에서 벗어나서 독자가 이입하고 즐기기엔 어렵습니다.

후반부에 들어서 야만화한 메이슨도 너무 막가서 독자가 이입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

작가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장르소설로서의 재미를 일부 포기한 격인데

아마도 소설이 대중성을 잃어버린 이유가 아닌가 싶네요.





결론.

쓰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길어졌는데, 그럼에도 충분히 읽을 만한 소설입니다.

특히 후반부의 씁쓸한 전개는, 낙향무사나 천년무제 후기부터 대충 그런 느낌이 보였지만

작가 특유의 테이스트를 화려하게 전개해서인지 개인적으론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말을 보곤 몇몇 작가 이름이 떠오르지만... 기본적으로 추천글인 만큼 말을 아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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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1

blaky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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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더 게이머 작가)이라고 해서 아니, 그 양반이 이렇게 호평받을만한 작품을 썼던가? 하고 봤는데 성상영이 아니라 성상현이네요......천년무제는 저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stLyu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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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했습니다.&nbsp;

망나니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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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개인적으로 책도 사고 프리미엄 결재도 다 해서봤죠 ㅜㅜ



재밌게 보긴 했는데 로난 무기화와 천상왕 이후로 작품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서 적응 안되는 부분도 있더라구요...



뭐라해야되나 바바리안 같이 호쾌하게 때려부시는 대리만족을 경험하러 갔더니 후반부엔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어서...ㅜ



저에겐 꿈속엔딩이 진엔딩입니다.... 아니 그렇게 할 수 있으면서 왜 깜빡이도 잘 안키고 훅들어오는거야 ㅜㅜ

MILAON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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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안 재밌었죠...다만 흥행하기 어려운 소설이란건 공감되네요.

별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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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잘알면서 그보단 자신의 주관을 좀 더 중요시여기는 작가.

시장에 의해 처음엔 끌리는 소재와 전개를 보여주지만 결국엔 외전으로라도 자신이 원하는 전개를 내놓는 작가.

칼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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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작가님&nbsp; 작품 기억하는게 조아라에서 연재한 현대마법사였죠.&nbsp;

서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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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안은 이성적으로 납득은 되는데 감성적으로 꼭 이 길밖에 없었는가 한탄하게되는 결말의 소설이었죠

바바리안 재미있게 읽으셧다면

왕도사전이란 무협을 추천드립니다.

바바리안하고 비슷한 감성이 느껴지더군요

선량한 주인공이 세상의 풍파에 타락하게되서 결국 엄청난 힘을 얻지만 처음에 소중히 여긴 가치는 잊게되는 플롯은 고전적인 이야기 전개방식중 하나인건지...

흑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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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소설이란 건 동의합니다. 몰입감이 굉장했죠.



하지만 중반부터 전개가 너무... 그랬어요. 다 읽고 나니 찜찜함이 한동안 안 가시더군요. 이 작가분 작품은 더 안 읽지 싶습니다.

Violen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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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좋은 추천글이네요.</p>

데이워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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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어디서 연재했나요? 카카오페이지에는 안보이는데.....

<div>아.. 찾았습니다. 조아라에 있네요. 근데 출판본과 연재본이 차이가 있나요? 일단 3장 까진 무료던데... 그이후면 몇권 부터 보면 되는 건지가</div>

<div>궁금하네요</div>

stLyu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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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본이 되려 에필로그가 누락된 걸로 압니다. 전 네이버북스에서 대여해서 봐서 권수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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