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레스의 입이 떡 벌어졌고, 세비아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세비아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가레스의 커다란 말이 터져나왔기 때문이었다."그게 무슨 뜻이냐 이 교활한 파룸 녀석아! 날 영입해 놓고 다른 파밀리아로 이적하려는 셈인가?!""틀려. 이적도, 배신도 아냐. 난 로키 파밀리아에 입단하면서 무엇보다 내 목적을 중시하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어. 로키는 동의했고. 이건 그 조건의 연장선일 뿐이야."핀은 세비아에게 물었다."신 세비아. 당신은 분명 메카나이트가 신의 힘이 아니라고 말했었지.""그랬었죠.""신의 힘,
리베리아는 몸을 씻으며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변호했다. 그것을 옆에서 열성적으로 돕던 아이나와 웃음을 멈추고 설명을 덧붙인 로키에 의해 피나와 리베리아는 서로가 무슨 오해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그래서 피나는 황당하단 눈으로 리베리아를 바라보았고 리베리아는 빨개진 얼굴로 애써 그 눈을 피했다. 고귀한 왕녀라기보단 그냥 재밌는 언니처럼 느껴졌던 피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럼 리베리아 님이랑 자매님은 어떻게 여기 오신 거에요? 왕족은 숲에서 안 나온다고 하던데.""난 바깥 세상을 보기 위해 숲을 나왔다. 그때 로키와 만났지. 그리고
세비아는 식탁 옆에 있는 찬장에서 찻주전자를 꺼내 잘 말려진 찻잎을 능숙하게 우려내고 자기 잔 두개를 꺼내 차를 담았다.로키는 세비아를 바라보다가 그 정체 모를 녹색 차에 시선을 던졌다. 세비아가 말했다."녹차에요."로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차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둘만 남았으니 물어보자. 니는 와 그까지 하는 기고?"의자가 몸에 맞지 않아 선 채로 찻잔을 기울이던 세비아가 손을 멈췄다. 살짝 호선을 그리고 있던 눈을 로키에게 향하자 로키가 말을 이었다."신은 하계의 일에 간섭허는 기 아닌기라. 니가 아무리
지쳐 있던 일행은 순간 피로를 잊었다. 힘껏 채찍질해 재촉하던 무거운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워진 것 같았고 영문 모를 기운이 마구 솟아오르는 느낌이었다.언덕을 넘자 그 너머에서 드러나는 평원과 저 멀리의 산들, 그중 가장 가까운 산을 등지고 위치한 거대한 회빛 반원형 성벽의 존재가 그들에게 그런 활력을 주고 있는 근원이었다. 그 기다란 성벽 위에 일정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는 다수의 거대한 대포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위쪽 허공에 펼쳐진 방울 같은 빛의 구체는 그들이 보았던 리아드린과 알레도의 보호막을 크게 키워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서쪽에서 떠오르고 있던 달빛 아래 일련의 무리가 평원을 가로지른다. 전진하고, 물러나고, 돌아가기를 반복하며 일진일퇴의 제자리걸음 중 몇 번이나 방향을 바꾸면서, 아득한 월광이 깔린 탁 트인 벌판을 피해 몇 개나 되는 개울을 건너고 고개를 넘고 숲을 지난다. 그렇게 전진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 달은 서쪽 산등성이 너머로 사라지고, 동쪽에서의 여명이 북방의 대평원을 아스라이 밝혔다.무언가 형체 없는 것이 달리는 듯 바람에 사그락거리는 들풀소리에 기척이 묻힌다. 군데군데 선 나무는 그림자와 한 몸이 되어 위아래로 가지를 뻗
"당장 그 눈 뜨지 못할까! 엘프 녀석아!"굵고 큰 목소리가 귓전에 때려박히듯 날아든다. 같은 파밀리아라 해도 아직 서먹서먹한데다 종족적으로도 사이가 나쁜 드워프와 엘프답게, 가레스의 타박에 반사적으로 욱하며 눈을 뜬 리베리아는 눈 앞의 광경에 움찔 떨었다. 리베리아의 다리보다도 두터운 드워프의 팔이 하박 중간부터 깔끔히 잘려 사라지고 선혈이 뿜어지는 모습을 코 앞에서 보는 건 경험이 모자란 왕녀에게 지나친 자극이었다. 반면 그 당사자인 가레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잘린 자신의 팔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사이더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라키아로부터 북서쪽으로 30K 떨어진 평원 위를 가차없이 유린하는 수천의 백색 다리가 있다. 벌레가 기는 것처럼 천천히, 하지만 착실하게 전진하는 거체들과 그 사이에 섞인 인간과 비슷한 이형의 형체들. 다년간 도로로 쓰인 길이 우마와 사람에 의해 다져지는 것처럼, 백색 재앙은 단순히 진격하는 것만으로도 그 엄청난 무게로 땅을 망가뜨린다. 불태우고, 짓밟아 아무것도 자랄 수 없는 땅을 늘리며, 때때로 그들에 의한 불로 유리처럼 변해 반들반들해진 들판을 그대로 가로질러 끝없는 행렬을 그리며 북쪽으로 향한다.그로부터 20M 떨어진 곳에
본성의 좌측 별동에 있는 귀빈이나 귀족을 위해 준비된 귀빈실에 안내된 로키들을 방에 집어넣은 아레스는 자기가 안내한 것도 특별 취급이었다며 곧 사라져버렸다. 그 뒤를 이어 시중을 들기 위해 들어오는 메이드들의 면면에 로키가 헤벌쭉 웃으면서도 필요없다며 물리자 비로소 방 안에는 로키 파밀리아만 남게 되었다.인원보다 많은 귀빈실의 방을 각자 골라 여장을 풀고, 시종들이 옮겨 오는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짧은 수면을 취하거나 제각기 담소를 나누는 등 볼일을 보면서 몇 시간이 지나 창 밖에 어둠이 내려앉을 즈음, 한 시종이 수십장의 문
"이게 뭐냐..."아연한 미성이 맥없이 흘러나온다. 그리 중얼거리는 리베리아와 마찬가지로 창백해진 아이나가 떨리는 손으로 여행용 후드 아래의 입을 가린다. 로키가 그런 그녀들의 뒤에 같은 종류의 후드를 쓴 채 따라오며 그 안에 손을 넣어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그래서 기대하지 말라고, 못 볼 꼴을 볼 거라고 말했잖여."담담하게 말하면서도 로키의 표정 역시 딱딱하게 굳어져 있다. 가장 뒤에서 관문을 통과해 그제서야 일행의 뒤로 따라붙은 핀과 가레스도 그 거리의 모습을 보고 낮게 신음을 흘렸다.왕국의 수도 바르아. 굉장히 번화한
3 - 막간 : 꿈언젠가 불현듯 잠에서 깨었다. 평소처럼 다시 눈을 붙이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자 잠을 방해하지 않는 밝기의 은은한 빛으로 밝혀진 화려한 인형과 리본, 조각상과 카펫이 깔린 방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위화감을 느낀다. 옆 침대에 보여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침대 난간을 잡고 넘어 바닥에 발을 딛는다. 조금 불안하지만 익숙해져 문제는 없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 열린 문을 통하 어둠에 잠겨 적막이 흐르는 복도로 나서자 따스한 방과 달라 추위를 느낀 몸이 부르르 떨린다.복도
설계도에 따라 제작기 내부에서 가공된 드로이드의 부품들이 제작기 중앙에서 출력되어 위에 달린 고정대에 하나하나 매달린다. 그것을 제작기의 기계 팔 두 개가 바쁘게 움직여 조립해 간다.마지막 절차를 끝내고 완성된 일꾼 드로이드가 제작기의 기계 팔에서 풀려나 화강암 블록으로 포장된 바닥을 딛는다. 기계 손이 그 드로이드를 붙잡아 이끌었다.정착지의 컴퓨터 앞으로 이끌린 드로이드의 목덜미 포트에 케이블이 꽂혔다. 기계 손이 작동을 멈춘 드로이드를 옆에 둔 채 컴퓨터의 계기를 이리저리 조작했다.10분 정도 진행된 명령 전달 이후 케이블을 스
북받치는 감동에 휩싸여 못 박힌 듯 서 있던 것도 잠시, 체온이 오르자 불편함을 느끼고 칭얼대는 아이의 소리가 그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현실을 가차없이 들이밀었다.상황을 자각한다. 세비아는 점액에 뒤덮인 아이를 안고 바로 욕실로 내달렸다. 도착하자마자 발견한 아기용의 작은 욕조에 아기를 내려두고 샤워기를 손에 들고서야 수도 시설이 무사할지 여부에 대해 생각이 닿았다.아기를 왼손으로 다시 안아들고 샤워기를 찬물 방향으로 돌려 틀자 맑은 냉수가 쏟아졌다. 그 물을 오른손으로 살짝 떠서 마신다."좋아."
탄생한 것을 축하합니다, 세비아 화이트스톤!이 세상에 존재하게 됨으로서, 당신은 삶의 아름다움에 매료될 것입니다.당신의 앞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놓여질 것이고 그 선택에 따라 고난, 혹은 행복을 맞이하게 되겠죠. 당신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새로 태어났어! 모든 게 새로워!저 멀리를 둘러싼 산의 장벽도, 그 위를 뚜껑처럼 덮은 푸른 하늘도, 건물들과 저 광장의 화려한 황금 조각상도!알알이 맺힌 옥수수밭의 황금빛! 아름다워! 바닥과 벽에 칠해진 빨간색! 매혹되어버려!바닥에 구르는 시체도! 아, 후각을 자극하는 이 피비린내란, 정말 환
제목 : 언더 독의 세상 아우르기작가 :Exatto=Blasting연재처 : 문피아장르 : 현대판타지 SF 크툴루 트립퍼 작가주소 :https://novel.munpia.com/328031연재 주기 : 월수금토일 작가님왈 타는 쓰레기는 월수금----------------------------------------------------------------------------작품소개커리어를 대충 조지고 재계약도 불투명해진 웹소설 작가 우소경.경력은 15년이지만 실력은 100점 만점에 15점이라고 욕을 먹는 인생이다.그런 그에게 정체
귀한곳에서 나작소를 소개합니다.100화가 넘어가는데다 필력도 준수한편인데도 선작이 처참하여 소개하니 다들 취향 아니더라도 찍먹한번씩 부탁드립니다.스팀펑크세계관으로 인삿말이 보일러의 축복을 비는 행위라던지.연필은 초호화 소모품이라는 묘사라던지 머스킷은 증기폭발을 이용한 무기라던지석탄을 떠올리게되나 신비하고 특별한 광석 블랙스톤이라는 연료원간간히 깔리는 스팀펑크 묘사들이 취향만 맞으면 빨려들어가는듯한 필력과어울려 시간순삭을 시켜주는데요 한화분량이 지나치게 짧지도 않아 매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