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슴이 걸린 정찰
2013.08.0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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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네. 오늘은 더운 날이었죠. 무슨 폭발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날씨였습니다.
그런 오늘 저는 한가롭게 집에서 니트롭게 체력을 보존하며 집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 참 보람없고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가 되었으면 다행이겠지만,
제가 한창 니코동의 개그 동영상을 보며 낄낄대던 도중에 창밖 매미소리에 섞여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이...
그건 마치... 기체가 빠져나가는 소리 같았습니다.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소리, 살충제 뿌리는 소리, 아니면... 가스가 누출되는 소리?
굉장히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급히 소리가 나는 방향을 돌아보니 집의 가스레인지가 있는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입니다.
'어어어어어어떡하지가가가가가가가스누누누누누출이라도된거면어쩌면좋지가스점검다녀간지몇일되지도않았는데이게무슨날벼락이람아니벼락은엊그제지나갔지아니아니날씨적인의미의벼락이아니라정신적인의미랄까아아아살려줘지금집에나혼자뿐입니다돈도옷도게임기도미미쨩도줄테니목슴만은살려주세요'
저는 약간, 아주 약간 침착성을 잃고서는 재생중이던 유희왕 매드무비를 일시정지시키고 천천히 가스레인지를 향했습니다.
역시 제 귀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들은 소리는 가스레인지, 정확히는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가스호스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였습니다.
부엌은 집의 끝에 있고 그 부엌 바로 옆에는 창고가 붙어있는데, 부엌에 있는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가스호스는 창고를 통해 집밖으로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딘가에 연락을 해서 위기를 알려야 했지만, 일단 제 귀의 착각인 것도 생각해서 가스 누출이 맞는지 확인을 하고 신고하기 위해 창고로 들어섰습니다.
치이이익.
역시 들려옵니다. 가스 누출이 맞나봅니다. 저는 조금, 아주 조금 두려워졌습니다.
'히이이이이이익나어떡해침착해야하는데자꾸똥이마려워져지금집에나밖에없는데어떡해아니아니피해자가나하나로끝나고가족들은무사할테니안심해야하나이럴땐조용히바지를벗어보자그럼간과위장이좋아질거야아니이게아니지내가무슨발상을하고있는거야으아악머리아파가스때문인지정신적으로문제있어서인지는모르겠지만어쨌든머리아파살려줘엄마아빠형아교수님사부님친구야미스김김일성동무가스누출로죽다니이건밀실에서방귀뀌어서질식사하는거랑동급의굴욕이란말이다아아아아아아'
냄새를 맡아보니 창고에서 묵히고 있는 먼지냄새와 바로 옆 부엌에서 조리해두고 남은 멸치 비린내 정도밖에 안느껴졌습니다만,
이쪽의 지식이 없는 저로서는 누출중인 가스가 무색무취가 아니라는 확신을 못했기 때문에 방심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누출되고 있더라도 창문 덕분에 가스가 밖으로 날아가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잠깐만, 창문?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창고에 달린 창문으로 시선을 뒀습니다.
평소 환기를 위해 창고의 창문은 열어두거든요. 가스호스는 그 창문 바로 밑으로 지나갑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제가 사는 집은 아파트 5층입니다.
저는 가스호스 너머에 있는 창문 너머로 얼굴을 내밀어 밑을 봤습니다.
치이이이익.
누군가가 등에 무슨 통을 지고서 통과 연결된 호스를 이용해 아파트 앞 잔디밭에 무슨 약품을 살포하고 있었습니다.
"......"
어쨌든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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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는 시라토리 시오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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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1
페니시르님의 댓글
밀폐 공간에서 폭발 위험이 있죠...
그리고 집의 가스도
바닥에 깔리는 가스가 있습니다.
이거는 자다가 질식사 위험이 있는 종류죠
분노포도님의 댓글
<div>아무 일도 아니었지만.</div>
TAPEt님의 댓글
은수저군님의 댓글
깊은산님의 댓글의 댓글
뷰너맨님의 댓글의 댓글
녹슨켄타우르스님의 댓글의 댓글
조명이 없어 안보인다고 라이터로 빛을 만들려다가
시체도 못알아보게 구워졌다는 카더라 통신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농담으로 안들립니다...
칼군님의 댓글
<div><img src="/cheditor5/icons/em/em40.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br /></div>
<div><strike>(모르는게 약이니까 이후는 서술하지 않습니다.)</strike></div>
만보님의 댓글
카르엠님의 댓글
키바Emperor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