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어떤 예조판서의 귀신잡는 방법

2020.04.0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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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격입니다.
뭔가 오타라고 생각하신 것 같은데, 오타 아니고 생각하시는 그것 맞습니다. 화포 사격이요.
우연히 나무위키를 뒤적이다 뭔가 범상치 않은 내용을 보게 되었습니다.
성종 17년 11월에 예조판서 유지가 귀신을 잡기 위해 화포를 동원하자고 했다더라고요.
위키의 신빙성을 고려하여 상당히 과장된 이야기거나 혹은 조작이라고 생각했죠.
그래도 혹시나 해서 조선왕조실록을 뒤져보니... 헐!!!
성종실록 197권, 성종 17년 11월 10일 신해 2번째기사
특진관 예조 판서(禮曹判書) 유지(柳輊)가 아뢰기를,
"성안에 요귀(妖鬼)가 많습니다. 영의정(領議政) 정창손(鄭昌孫)의 집에는 귀신이 있어 능히 집안의 기물(器物)을 옮기고, 호조 좌랑(戶曹佐郞) 이두(李杜)의 집에도 여귀(女鬼)가 있어 매우 요사스럽습니다. 대낮에 모양을 나타내고 말을 하며 음식까지 먹는다고 하니, 청컨대 기양(祈禳)하게 하소서."
하자, 임금이 좌우에 물었다. 홍응이 대답하기를,
"예전에 유문충(劉文忠)의 집에 쥐가 나와 절을 하고 서서 있었는데, 집 사람이 괴이하게 여겨 유문충에게 고하니, 유문충이 말하기를, ‘이는 굶주려서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다. 쌀을 퍼뜨려 주라.’고 하였고, 부엉이가 집에 들어왔을 때도 역시 괴이하게 여기지 아니하였는데, 마침내 집에 재앙이 없었습니다. 귀신을 보아도 괴이하게 여기지 아니하면 저절로 재앙이 없을 것입니다. 정창손의 집에 괴이함이 있으므로 집 사람이 옮겨 피하기를 청하였으나, 정창손이 말하기를, ‘나는 늙었으니, 비록 죽을지라도 어찌 요귀로 인하여 피하겠느냐?’고 하였는데, 집에 마침내 재앙이 없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부엉이는 세상에서 싫어하는 것이나 항상 궁중의 나무에서 우니, 무엇이 족히 괴이하겠는가? 물괴(物怪)는 오래되면 저절로 없어진다."
하였다. 유지가 아뢰기를,
"청컨대 화포(火砲)로써 이를 물리치소서." (뭣이라?!!! )
하니, 임금이 응하지 아니하였다.
음... 잠시만 생각을 정리해서 요약해 보자면... 당시 내무부 장관이라는 분이 왕이 동석한 어전 회의에서 공식적인 발언으로
도성 내에 귀신들이 많아서 민폐가 심하니, 그걸 왕은 그냥 내버려 두면 사라지지 않겠냐 하니깐, 거기 대고 좌표 찍고 포격을 하자고 발언한거임?
이거 실화? 당신 누구? 여긴 어디?
뭔가 어이가 하늘로 날아가는 기분을 느끼며, 저 발언을 한 양반의 약력을 확인해 보니 예조판서라지만
북방에서 군을 통솔해서 여진족들을 격퇴한 이력도 있으신 분이더군요. 그러니 포격을 주장하는 것도 이해는... 개뿔이 될리가 있냐?!!!
뭔가 조선 시대의 겁나 비범한 귀신 퇴치에 감탄하고 갑니다. 그러고 보니 안그래도 요새 넷플릭스 킹덤에서
좀비 부대 운용하는 조선군이 나와서 외국인들이 경탄하는 모습을 보고 할말을 잃게 만드는데... 저것까지 알게 된다면?
뭔가, 조선 시대에 대해 대단히 괴랄한 이미지가 생기지 싶은 생각이 드는 하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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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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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8
미궁신군님의 댓글
<div>아마 폭죽 터트리는 것 처럼 공포 말하는거 아닐까요.</div>
djfzmsdlakstp님의 댓글
글라이더님의 댓글
아란의눈님의 댓글
필력이부족해님의 댓글
ak47님의 댓글
청풍靑風님의 댓글
이레나이리스님의 댓글
실피리트님의 댓글
HolyZombie님의 댓글
수영영님의 댓글
주문공님의 댓글
새누님의 댓글
유운풍님의 댓글
CorvusCorrax님의 댓글
<div>유학자로서 완전 미친소리라 찍혀서 파직당하고 수양 라인을 타 복직된 양반인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미운털이 박혔었던게 아닐까 싶죠.</div>
달빛누리님의 댓글
루시안님의 댓글
하우림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