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들어오던 간택을 당할 뻔 했습니다.
2018.03.1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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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동네에서 이사나간 집이 좀 있습니다.
오늘 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데, 집으로 가는 기나긴 언덕길 저만치서 어떤 청년이 동네에서 못 보던 고양이님과 실랑이(?)를 하고 있더군요.
그 청년은 제 갈 길을 가려고 했지만, 고양이님이 계속 앞을 막아서며 갈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그 광경을 무심히 바라보며 옆을 스쳐 지나가려고 하던 순간!
청년과 실랑이를 하던 그 고양이님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제 등장 덕분에 고양이님의 관심에서 멀어져버린 그 청년은 황급히 다시 갈 길을 가고..
고양이님은 물 흐르듯 제 앞을 막아서며 '너, 내 집사가 되라!' 를 시전하셨습니다.
제가 걸어가는 길 앞을 야옹거리며 뛰어가서, 도도하게 엉덩이를 내 보이며 길을 계속 막아서더군요.
아무리 봐도 보호를 요청하는.....크흠! 시중을 들어 줄 새로운 집사를 구하는 그런 제스추어였습니다.
게다가 어느 아주머니께서 접시에 담긴 사료를 진상하려고 하는데도 그대로 무시하고 청년과 저를 간택하려는 그 모습..
황송하게도 고양이님의 집사로 간택을 받은 입장입니다만, 저는 제 스스로의 앞가림도 하기 힘든 처지라 고양이님의 앞가림까지는 도저히 불가능한 상태였으므로 눈물을 머금고 집까지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집 대문을 넘어서서 들어간 뒤에도 한참동안 대문 앞에서 야옹거리며 호출을 하고 계시더군요..
짙은 회색인 털 색을 보니 러시안 블루, 최소한 그 잡종인 것 같고.. 몸도 퉁퉁 불어있거나 비쩍 말라있지 않은 채 균형잡혀 있고, 낯선 사람도 경계하지 않고 누구든 달라붙는데다, 먹이를 주려는 아주머니는 무시하고 달라붙는 대상이 남자 뿐인걸로 보아..
최근 이사간 집에서 어떤 남자가 키우던 고양이가 버려진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슬프게도 개냥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제 집이 아니라서 동물을 키울 수 없기에, 대문 앞에서 야옹거리는 울음소리를 뿌리치고 들어올 수 밖에 없었지만 뭔가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지는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동물 밥을 챙겨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오늘 만난 그 친구도 굶을 염려는 없을 것 같지만.. 사람의 보살핌을 받아 온 고양이가 당장 도시의 정글(?)에서 적응을 잘 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은 되네요.
앞으로도 여기 동네에서 눈에 띄면 사료라도 챙겨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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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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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1
souloflord님의 댓글
dude님의 댓글의 댓글
<div><br /></div>
<div>여튼 도망친 입장에서 뒷맛이 깔끔하지 않네요..</div>
에닐님의 댓글
dude님의 댓글의 댓글
메타트론님의 댓글
<div>키우고 싶었지만 출근길이라.....ㅠ_ㅠ</div>
dude님의 댓글의 댓글
궁상해탈교님의 댓글
dude님의 댓글의 댓글
<div><img src="/cheditor5/icons/em/em19.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br /></div>
기계교도님의 댓글
<div><br /></div>
<div>참고로 전 키우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을 뿐, 아직 키우진 못하고 있습니다....<img src="/cheditor5/icons/em/em31.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dude님의 댓글의 댓글
나같은잉여가어딨어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