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저는 스파이가 아닙니다. (지방 피규어 샵에서.... 눈물)

2017.09.0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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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사는 오타쿠입니다. 애니메이션 가게라고는 '이딴 가게'란 전주 굿즈샵 밖에 모릅니다. (...)
그래도 한옥마을은 원래 저희 외가가 살던 동네였는데. 광광지가 된 이후로 인심이 많이 야박해졌음. 당연하겠지만. 옛날 외갓집 앞에서 사진찍는 사람들은 보면 참 발전이란게 느껴짐.
오늘부터 한옥마을에서 도서대전 열려서 거기 갖다왔는데.
한옥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못 보던 피규어 가게가 있더군요. 제법 규모도 큽니다.
내부도 깔끔한데다, 지방에서 피규어 가게 보는 건 드물어서 반가운 마음에 바로 들어갔습니다.
대체로 미국산 히어로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를 판매하더군요. 관광객 용인가 했습니다. 실제로 관광지 앞이고.
그런데 가게 안 쪽에 1/7, 1/8짜리 오타쿠용 피규어들이 꽤나 많더군요.
지방 사는 저에겐 실물로는 처음 보는 것들 뿐이었습니다.
무척 흥분해서, 구매를 고려할 생각에, 상품명이랑 가격 메모해서 가져가려고 했습니다.
한참 신나서 메모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의심스러운 눈길을 하면서 제게 말씀하시더군요.
그쪽 업종 사람이냐고. 그쪽 업종 사람들이 많이 와서 가격 적어가 카피한다고. (요컨데 비슷한 가게를 차려서 같은 물건 가격을 그대로 하고 내놓거나. 좀더 싸게 해서 내놓거나 하냐는 거죠.)
저는 당연히 그런 사람 아니에요. 라고 해명했죠. 별로 믿어주진 않는 눈치였습니다.
확실히 그런 오해가 있을 법합니다. 관심 상품들이 많아 더 메모하고 싶었지만, 눈치 보여서 그만두었죠.
다른 코너에 피그마가 있더군요. 그것들 살펴보는데 사장님과는 다른 여자 점원이 와서 그러는 겁니다.
죄송한데, 저녁 식사 시간이라 이따 오시면 안 되겠냐는 거였죠.
시간을 보니 저녁 6시가 넘었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이죠. 저녁 식사 시간이니 나중에 다시 오라는 말은 처음 들었지만 (그것도 관광지 근처 가게에서). 뭐 다른 사람이랑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했나보지. 라고 여기고 가게 밖으로 나갔습니다.
왠지 쫓겨난 기분이지만. 뭐 그냥 기분이겠죠. (30분 정도 뒤에 보니 그 여자 점원분이 가게 안을 쓸고 계시더군요. 손님 내보낸 것 치곤 식사 빨리 하시네요.)
여튼 (타인이 보기에) 불필요한 행동을 하는 바람에, 스파이로 오해 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뭐, 그 뿐인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행동 조심해야겠죠. 상품이랑 가격 메모하고 있으면 스파이로 오인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배웠으니까요. 좀 늦게 배웠나?
다만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기는데.
그 자주와서 가격 적어간다는 '그쪽 업종' 사람들은 누굽니까? 전주에 이런 피규어 취급하는 분들이 많았나요? 혹시 새로운 가게 생겼다고 서울에서 여기까지 찾아온답니까? 그냥 적당히 말한 것 같긴 한데.
아마 관광지 가게라 조심하는 것 같긴 한데. 상권 경쟁도 심할테고. 이해는 하지만 오해받으니 기분은 별로 좋지 않네요. 에휴, 어쩝니까. 흔치 않은 행동을 한 제 잘못이죠 뭐.
PS. 적은 1/7, 1/8의 중형 피규어 상품과 가격입니다. 눈치 보여서 이 정도 밖에 못 적었네요.
- Tony 프리지아 221,000
- 아마에라 ver GE2 1/7 152,000
- 알파맥스 쿠루미 196,000
- 바스타드 신하리 205,000
- 레이싱 미쿠 1/8 세팡 114,000
- 전격샵 미나리 코토리 274,000
- 워리어즈 EX 발키리 1/8 225,000
- 이리야 비스트 모드 179,000
- 우즈키 크리스탈 나이트 파티 189,000 / 린 나이트 179,000
- 세이버 엑스트라 수영복 179,000
- 린 토오사카 아처 215,000
- 메구밍 1/8 215,000
- 안젤라 발자크 1/8 195,000
- 그 외 프레임 암즈와 백화요란도 있었습니다.
가격은 예약하는 것보다 비싼 것 같은데, 예약 놓친 분들이 인터넷에서 사는 것보단 싸보이네요.
뭐 기껏 몇 가지 찜했지만, 저는 앞으로 이 가게 출입은 못할 것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가 보시길. (눈물) 한옥마을 근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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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4
아무아님의 댓글
원북님의 댓글의 댓글
Lukrim님의 댓글
원북님의 댓글의 댓글
아키토님의 댓글
원북님의 댓글의 댓글
<div><strike>전 그래도 살 생각이었는데. (시무룩)</strike></div>
청색양초님의 댓글
<div>핸드폰 영상모드 켜놓고 쓱 훑으면 그만인것을;;;</div>
원북님의 댓글의 댓글
RAmen님의 댓글
원북님의 댓글의 댓글
아무아님의 댓글의 댓글
원북님의 댓글의 댓글
달빛지기님의 댓글
원북님의 댓글의 댓글
아무아님의 댓글
<div>결국 오는 사람만 오는 단골만 있는 곳 이란거죠.</div>
<div>그런대 상품에 흠집을 낸 것도 아니고 매장에서 진상을 부린 것도 아닌 가격만 적고 있는 단골이 됄지도 모르는 손님한태 저 태도라고요? </div>
<div>만약 저 사람이 전에 하던 매장이 망한거라면 가격문제가 아니라 저 태도 때문 일겁니다 </div>
<div>태도도 불친절한대 대체재까지 생기면 자연히 손님이 떨어져 나가는건 당연하죠</div>
원북님의 댓글의 댓글
<div>그럼 결국 오타쿠 단골이 필요하단 이야기인데, 그런 것 치곤 또 무척 방어적인 태도였죠. 제가 모르는 관광지 상권의 어둠이 있는가 싶기도 하고. (한숨) <strike>하필 탐 나는 게 있는 가게가. 어찌보면 이것도 지름신의 인도겠죠. 돈 아끼라는......</strike></div>
아무아님의 댓글의 댓글
<div><br /></div>
<div>진짜 장사잘하는 사람은 가계를 멀리 옮겨도 단골이 따라옵니다</div>
때리고보니액토즈니까더때리자님의 댓글
원북님의 댓글의 댓글
사리게나쿠님의 댓글
원북님의 댓글의 댓글
<div>저도 사정이 있는지 어떤지는 모릅니다. 다만 오해받아서 기분은 별로에요. (...)</div>
Gwyndolin님의 댓글
원북님의 댓글의 댓글
<div>뭐, 변호하자면 전 왜곡 없이 그대로의 사실을 전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해보려하는 노력도 나름대로 했고요. 사장님도 여자분도 딱히 강압적으로 군 건 아니고 정중하게 말하긴 했습니다. 문제는 그게 오해였다는 거지만. (...)</div>
odeng1004님의 댓글
원북님의 댓글의 댓글
기계교도님의 댓글의 댓글
이부키스이카님의 댓글
장사꾼은 손님에게 저러면 안됩니다
장사는 결국 손님에게 얼마나 잘 해주냐에 따라 돈이 벌리죠
다른 샵에서 그 집 가격 알아간다고 해봐야 인터넷이랑 자기 연줄 찾아서 가격 비교한뒤 이득이 날거 같으면 사가는 정도일텐데
그건 가격 모르는 장사꾼 문제지 손님은 무슨 죄
원북님의 댓글의 댓글
마나다이스키님의 댓글
<div>알바도 뽑는데 여기저기 막 보고 메모하면 짤리는 경우도 많은게 사실이긴한데...</div>
<div>근데 정중하게 이런사정이 있다. 오해 받을수도 있으니 지양했으면 좋겠다. 뭐 그런식으로 요청했으면 좋았을텐데 좀 그렇군요...</div>
원북님의 댓글의 댓글
<div>그래도 마나다이스키님 말씀대로 해줬다면 기분이 나쁠 일도 없고, 다음 번에도 찾아 갔을 텐데....... 절 완전히 스파이로 확신했나 보네요. 이거 참.</div>
<div>저녁 식사 시간이라고 있다가 찾아달라고 내보내는 것도 드물지만 있을 법한 일이긴 한데. 모양새가 쫓아내는 모양새니. 이것도 참.</div>
마나다이스키님의 댓글의 댓글
<div>보고 데려다 쓰려고 불렀다가 이력서 보고 내치기도하고 연락도 안오고 하다가 (처음엔 몰랐었습니다. 들어간 곳에서 좀 생각있으신 분이 가르쳐주시더군요) 이후에 또 다른데 배우면서 일하려고 들어갈때 이력서 대충써서 내니 이력서 안보낸데서도 연락오고 하루에 수십통씩 전화 오더군요, 근데 오해가 오해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사업하는 사람이 대놓고 저렇게 표현하는건 확실히 아닌것 같습니다. 좀 심하게 들릴수도 있겠지만 저 샵 오래갈것 같진 않습니다.</div>
깊은산님의 댓글
원북님의 댓글의 댓글
유열추구중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