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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에게 작업 걸었던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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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브집 주인 아스펠입니다.
요새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입니다.



1인샤브라 해도 저희 가게는 혼자 오는 손님이 별로 없습니다. 대개 둘이 와서 나란히 앉아 먹는 겁니다.

같이 밥먹는 두 사람이니, 부부나 애인의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 손님들도 그랬습니다. 젊은 부부 아니면 애인이겠죠.



가끔씩 그런 경우가 있죠. 처음 봤을 텐데 왠지 전에 본 것 같은 사람.

저는 그냥 그 인상이 익숙해서 그런 거지 분명히 처음 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그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확실히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부담스러운 쌍커풀 가진 남자는 대학교 때 동아리 같은 학번 재수생 형 말고는 본 적 없어.

근데 이게 일방적으로 그러는 경우는 별로 없고, 대개 서로 그런 인상을 받곤 하죠.

이 손님들도 그랬습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어, 이 분 어디서 봤지? 어...."가 나오더군요.



이런 게 신기한 일이기는 하지만 없는 일도 아니고, 그 때 좀 바쁜 시간대라서 저는 그냥 신경 안 쓰고 일이나 했습니다.

하지만 손님들은 안 그러시더군요. 그야 밥먹는 시간인데 바쁠 게 뭐 있어. 나는 일하는 시간이지만. 신경이 쓰이면 물어보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

결국 여자분이 제게 직접 물어보셨습니다.



"저기,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나요?"



귀 찮 아.

그래서 대충 넘겼습니다.



"글쎄요........저는 TV에선 뵌 것 같은데."



.......내가 말하고도 내가 식겁했다.

실은, 여자분은 묘하게 배우 상이었거든요. 그냥 연예인 누구 닮은꼴 같은 느낌으로.

그래서 대충 진짜로 본 적 없다는 느낌을 전하려는 의도였는데 말하고보니 이게 뭐여. 이 싸구려 작업 멘트가 리얼에서 나온 겁니까. 아니 그보다 내 입에서 이런 게 나온 겁니까. 그것도 옆에 애인 있는 사람한테.

심히 당황했는데



당신은 왜 또 거기에 진심으로 심쿵하는 표정이 되어 있어?



옆에 애인 있는데! 옆에 애인 있는데!







뭐, 까놓고 말해 제가 손님을 진짜 연애상대로 절대 보지 않았으니까 그런 말도 부담없이 한 거죠. 그러니까 "저분이 TV에 나왔다는 말이겠지" 같은 식으로 덕담 되돌리려 하지마. 하지 말라고. 잘생기지 않은 거 내가 가장 잘 아니까 하지 마.

남자분은 대체 무슨 날벼락일까. 뭔가 이거 갖고 "당신도 이 정도는 말해" 같은 압박 들어가는 것 같았는데 되게 미안하네. 이건 손님에 대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그냥 말이 미끄러진 겁니다. 맙소사 내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말을 하고도 내가 정신적 충격을 받았......



근데 이런 말도 안 되는 멘트를 하게 되다니, 저도 진짜 아재가 되었군요. 나이 먹었다는 게, 몸이 아니라 마음에서 젊음이 사라졌다는 걸 이런 일로 자각하게 될 줄은 몰랐어.......

진부하고 부담스럽고 절대 먹히지 않을 그런 멘트, 하고서 자기가 부끄러워지는 멘트를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자기가 나서서 하다니.......실화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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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1 11:59:16 (5892일째)
팀 통조림 게으름뱅이 편집자 아스펠입니다

댓글목록 20

뷰너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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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칫하면 상대 남성분에게서 주먹질이 날아올지도 몰랐다는 상황이군요.) 서비스업은 입을 정말 조심해야 됩니다.<img src="/cheditor5/icons/em/em32.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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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분 표정이 '그런 말을 믿냐....?'라는 느낌의 썩은 표정.....뭔가 애인보다는 남매 느낌으로 한심하다는 표정.....

<div>솔직히 제 말이 되게 뜬금없이 훅 들어간 거라서 어느 모로 봐도 진짜 작업은 아니라는 게 딱 보이는 상황이라.</div>

뷰너맨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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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행이지만, 손x 들은 수틀리면 밥상을 뒤집어버리니까요.(...)<img src="/cheditor5/icons/em/em46.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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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에이, 설마........웃으면서 끼부린 것도 아니니 그럴 일은 없지 않았을까.........

뷰너맨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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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서비스업. 정말 <b>잠깐</b> 대타로 나갔다 온 적이 있는데 인수인계 하고 퇴근 하는 순간 x놈이 (술먹고 꽐라된 케이스였습니다.) 난리를 부려서 곤란했던 적이 있었죠. 그게 하필 인수인계 다 끝나고 5분. 매장에 남는 거 좀 얻어먹고 집에 갈까 아니면 그냥 제대로 주문 하나 해서 집에 들고 갈까 고민 하던 찰나에...-_-;



<div><br /></div>

<div>손x들이 언제는 그런 거 생각하고 난리를 피우겠습니까. 상식적이라면 주먹이 오고갈린 없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식적으로 존중을 하기에 존중 받을 수 있는 분이나 그렇죠.<img src="/cheditor5/icons/em/em56.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div><br /></div>

<div>손x들은 그런 거 없슴다.<img src="/cheditor5/icons/em/em62.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nbsp;그냥 지가 수틀리면 난리지요.<img src="/cheditor5/icons/em/em3.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div><br /></div>

<div>아무튼 문제가 없으셨다면 다행입니다.<img src="/cheditor5/icons/em/em76.gif" alt="" border="0" style="width: 50px; height: 50px; margin: 1px 4px; vertical-align: middle" /></div>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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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그런.........욕 보셨습니다.

쿠루와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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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늘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말 중 하나가



'설마는 언제나 사람을 잡는다.' 입니다.



다시는 설마를 무시하지 마십쇼!!

페이퍼타월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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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웃으면서 끼부리지 않았는데 포옹에 키스까지 당한 저도 있습니다.

좀 돈 내고 얌전히 나가아아아아아

DAEITW님의 댓글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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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분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steelbear741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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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손님도 가볍게 재미있었겠네요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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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서로 티격태격대는 게 연애하는 맛이겠죠......왜 모솔인 내가 남의 연애생활에 이벤트를 던져주고 있는가.........

nick인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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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말 던지기 빈말 받아치기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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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뵌살법! TV뵌살법 받아치기!

강바람님의 댓글

아스펠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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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커플 양쪽 모두와 그 애니 속 관계가 될 리가......

은나노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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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맛나게 먹게 이야기 좀 더 키워봐요.(우걱우걱)

노히트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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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립서비스로 받는게 보통 아닐까요?

사장님입담좋으시네..정도로 받지 작업건다고는 생각 안할거 같은데..

시간의방랑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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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진짜 연예인과 매니저였다던가...

사도네는사랑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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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남자분과 여자분의 연애기간이 길어보여서 큰 사고로 안번진듯 싶기도 하고...연애초창기였으면 (애초에 그떄면 여자가 저런 반응이 나오기도 힘들지만) 바로 포켓몬스터같이 듀얼하자! 할수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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